양평군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정의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삼을 정도다. 이곳에는 ‘양평물맑은시장’과 ‘양수리전통시장’, ‘용문천년시장’ 등이 있다. 양평군의 3대 전통시장이다. 군은 이들 전통시장의 변화가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봤다. ‘변화’는 기존의 낙후된 시설을 정비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대 시장에 ‘사연’을 담고 있다. 전통을 있는 그대로 살리자는 취지다. ‘3장(場) 3색(色)’이라는 대명제 아래 전통시장의 역사와 스토리를 살리고 있는 양평군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 양평물맑은시장에서 한 연주자가 기타를 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양평물맑은시장

군은 경기도 3대 민속 5일장 중 하나이자 지역 내 전통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역사를 자랑하는 양평물맑은시장을 중심으로 특유의 ‘색(色)’을 입히기 시작했다. 양평은 강원도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역이다. 옛부터 물길을 이용한 교통의 중심지였다. 과거 강원도에서 수도 한양으로 가는 물품들은 양평나루를 거쳤다. 당연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1770년대부터 자연스레 장이 형성돼 1965년 현재 양평물맑은시장의 모습을 갖췄다.

군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곳을 문화와 정(情)이 흐르는 ‘문화 접목형 전통시장’이란 콘셉트를 정하고 사람들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2013년에는 시설현대화 공모사업에도 선정됐다. 시장 내 아케이드 설치와 토요 야시장 운영, 먹거리골목 운영 등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쇼핑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에는 시장 내 부지를 매입해 방문객은 물론 주민 간의 커뮤니티를 위한 쉼터 광장을 설치해 문화가 흐르는 시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곳 쉼터에는 커피숍,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창업체험센터, 아이맘카페(놀이방), 휴게쉼터, 경로당, 자전거 보관소 등이 마련돼 유동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점포별 200% 이상의 매출 증대, 2013년 2만여 명이던 방문객이 지난해 4월 기준 7만5천여 명으로 2배 이상 늘기도 했다.

▲ 해 질 녘의 양수리전통시장.
# 양수리 전통시장

1980년에 개설한 양수리 전통시장은 나머지 2개 시장보다 역사와 규모는 작지만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명소 ‘두물머리’, 물과 연꽃의 정원 ‘세미원’, 자연친화적 도보여행길 ‘물소리길’ 등 지역 최고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양수리 전통시장의 모태는 양수리 나루터다. 군은 과거 서울로 향하는 두물머리에 나룻배가 있었던 것을 키워드로 물품 구입뿐만 아나라 방문객들을 위한 추억의 장소로 부각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각 관광지와 동선을 연계한 관광구역화를 추진하고 특화 먹거리를 개발하는 등 ‘관광지 접목형 특화시장’을 목표로 각종 아이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군은 주변 관광지와 입장권 할인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각 관광지에 무인 쿠폰 발행 시스템을 설치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 방침이다. 세미원의 경우 시장 이용 고객에 한해 세미원 입장료 20% 할인쿠폰을 발행하고, 영수증 소지자들에게는 기념품을 증정하기도 한다.

 동선 연계로 두물머리부터 시장까지 오는 1㎞의 둑방길을 ‘김광석 거리’와 같은 추억의 길로 조성해 새로운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있다. 시장투어 프로그램으로 인근 관광지를 찾은 단체방문객들에게 버스 대여 비용을 지원해 시장에 들러 식사를 하는 코스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위한 각종 특화음식 개발 및 여행주간 축제 등도 꾸준히 열 예정이다. 또한 방문객들의 사연 및 양수리 옛 사진 공모 등을 통해 추억을 되살리는 사진 전시판과 포토존, 각 점포 추억의 벽화거리 조성도 준비하고 있다.

▲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는 양평물맑은시장의 활기찬 모습.
# 용문천년시장

용문천년시장은 앞서 2개의 전통시장처럼 시설현대화 등 정부 지원사업과 군의 지원을 적절히 활용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 상인들이 스스로 변화의 물꼬를 텄다.

 1965년 개설한 용문천년시장은 불과 2013년까지 번듯한 상인회도 구성되지 않은 채 경기도내에서도 정부 지원사업을 받지 못하는 ‘낙후시장’으로 분류됐다. 용문천년시장은 2015년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며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의 도움으로 회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유철목(55)상인회장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직업군인이었던 유 회장은 전역 후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다 공무원들의 설득으로 2014년 상인회장을 맡게 됐다. 상인 출신도 아닐 뿐더러 용문천년시장의 실상을 잘 알고 있던 그였기에 고사했지만 몸담고 있는 시장을 살리고자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유 회장은 "현재 상인회원은 90명이지만 처음에는 15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들마저도 시장 발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먼저 2014년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청의 상인대학 프로그램을 이수하기로 했다. 결국 시장의 발전은 민(民) 주도로, 이를 위해 상인들의 의식 개혁이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정되지 못해 다른 방안을 궁리하던 그에게 중소기업청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곳이 이수를 포기했고 나머지 시장들 가운데 용문천년시장이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중기청 관계자가 ‘전화까지 걸어 대체 왜 떨어뜨렸냐고 따지는 상인회는 용문시장이 유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대학 수료를 기점으로 변화를 시작했다"고 밝힌 유 회장은 우는 아이가 떡 하나를 더 먹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 달의 20일 이상을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회 등 관련 기관을 동분서주하며 필요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얻었다. 특히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공무원이 발표하는 타 시장과 달리 직접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열정을 보여 2015년 골목형시장 육성과 시설현대화 사업에 동시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특화 레시피 개발, 점포 디자인 개선, 상인회 교육관 건립, 시장 홈페이지 구축 등 여태껏 시장에 전무했던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산채 특화시장’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임금님 진상품인 용문산 산채를 특화상품으로 용문역 동선과 연계한 기와집 천막 부스를 운영하고, 용문산 산나물축제도 연계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용문천년시장은 올해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도 선정돼 도약을 준비 중이다. 용문천년시장이란 이름 그 자체를 발전의 키워드로 삼고, 시장을 인근 용문사에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천년은행나무를 보러 오는 이들의 등용문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양평=민부근 기자 bgmin@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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