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슬로라이프’가 대세다. 일상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지도 꽤 됐다. 슬로라이프를 주제로 한 대회도 많다. 그 중 9월 22일부터 남양주에서 열리는 대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7 남양주 슬로라이프 국제대회’가 그것이다.

 이 대회의 콘텐츠는 위로받을 수 있는 정원과 스트레스가 녹아내리는 의자, 오감이 살아나는 생활 체험, 영감이 솟는 대화 상대, 치유가 이어지는 공간, 저녁과 바꿀 수 있는 행운 티켓, 50개국의 뜻 모를 소리로 춤을 추고 인사하는 사람들, 낯선 것 사이에서의 반가움 등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획기적인 축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일상의 발견과 즐거움 등 모든 것이 다르면서 신기하고, 함께 즐기는 이번 대회를 미리 들여다본다.

▲ 지난 슬로라이프국제대회 참가자들이 조랑말을 타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어린아이의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 슬로라이프로 행복해지는 남양주

 슬로라이프 도시는 시민을 행복에 가깝게 하는 도시다. 일자리가 많아지면 삶이 안정되고, 나누려는 마음이 쌓이면 일상의 행동이 된다. 가족이 즐거우면 거리의 표정도 달라진다.

 남양주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슬로라이프 도시로 조금씩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문화와 스포츠, 복지, 교육을 위한 다양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시스템, 네트워크, 행정조직 개편과 혁신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졌다. 슬로라이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 기능을 하도록 엮어 주는 도시의 핏줄이다.

 행복을 가깝게 한다는 ‘행복 텐미닛’. ‘가깝다’는 말엔 편리하고 친근하고 따뜻함이 담겨 있다. 10분 안에 해결하는 의미는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줄여 그만큼의 여유를 제대로 쓰자는 의미에서 슬로라이프 개념이 잘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어린이들이 도구를 이용해 빵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 슬로라이프, 제 속도의 생활미학

슬로라이프 ‘제 속도의 생활미학’은 지난 30년 동안 ‘느림의 미학’으로 알고 있던 속도의 개념을 넘어선다. ‘제 속도’의 의미는 패스트와 슬로가 더 이상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빠르고 느림이 서로 인정되고 공존하는 사회임을 말한다. ‘생활미학’은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방법의 지혜를 모아 일상의 즐거움을 찾자는 소박한 행복론을 담고 있다.

 정리하면 ‘SLOW(Sustainable, Local, Organic, Water)’는 지속가능하고, 지역에 중심을 두고, 공생과 순환의 유기적 생태관계를 맺고, 물처럼 깨끗하고 가장 보편적인 일상의 가치를 담는다는 뜻을 가진다. 이제 옥스퍼드 사전에 SLOW가 새로운 언어로 등재될지도 모른다.

 느림은 달팽이가 연상되지만 남양주시가 슬로라이프의 상징으로 거북이를 택한 것은 그만큼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시가 2015년 세계 최초로 슬로라이프 국제대회를 추진하면서 한국의 ‘밥상포’를 연상시킨 ‘거북이’ 로고는 ‘세계인의 밥상 나눔’이라는 다소 생소한 대회 주제를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큰 몫을 했다.

▲ 뛰어난 자연풍광을 만끽하며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 슬로라이프 밥상 위에 차려진 슬로리딩·워킹·리빙·쿠킹·힐링

한국에서는 밥상도 농업의 일부라 여겨서 밥상문화를 매우 중요시 했다. 밥상은 삶의 형편이고, 소통이고, 나눔이었다. 밥상에 둘러앉으면 모두 가족처럼 대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사상은 ‘이웃과 가족이, 도시와 농촌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경제, 사회, 복지, 문화, 미래를 서로 나눌 때 모두가 행복해진다’를 근간으로 건강과 환경, 공감, 슬로라이프 3대 가치의 뿌리를 내리게 했다. 이러한 다산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시는 음식, 도시, 건강, 문화, 복지, 행정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닌 융·복합적인 시스템이고 네트워크 구축에 성공했다.

이제는 그 밥상 위에는 슬로리딩, 슬로워킹, 슬로리빙, 슬로쿠킹, 슬로힐링 등 다양한 형태의 슬로라이프 콘텐츠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끄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책의 재발견’인 슬로리딩은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주인공과 가상의 대화도 나눠 보는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한다.

한강 삼패지구에서 팔당역을 거쳐 두물머리, 운길산까지 연결된 12개 코스의 다산길과 강변을 따라 금남리로 이어진 20여㎞ 강변의 자전거, 리버워크 공간에서는 슬로라이프가 ‘슬로워킹’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슬로쿠킹은 숫자에서 음악이 들리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어느새 여러 가지 도구를 두드리면서 함께 빵을 만드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응원한다.

슬로리빙, 슬로힐링, 슬로라이프는 개인의 만족, 가족의 행복, 공동체 나눔, 서로 배려하는 관계가 하나씩 만들어지고 축적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만들어 내는 천 가지의 언어, 천 가지의 모습으로 도시의 표정이 만들어진다.

# 2017 남양주 슬로라이프국제대회를 만나다

올해 대회의 화두는 ‘슬로라이프 미식관광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생산에서 관광까지 모든 것이 체험으로 연결되는 ‘미리 보는 슬로라이프 미식관광 체험관’에선 먹고, 즐기고, 배우고, 느끼는 통합적 미식(美食)관광 콘텐츠를 구현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생태와 지역경제가 공존하며, 자연과 공유하는 기쁨이 문화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말한다.

5R체험마켓에선 먹고, 사고, 즐기고, 배우는 복합미식공간과 친환경 유기농, 할랄식품, 공정무역식품, 쌀가공식품 등 전시체험마켓, 5R체험(장바구니, 포장지 ZERO, 일회용품 사용 금지, 유리병 재활용 등) 등이 기획돼 있다. 세계인의 밥상나눔 섹션에선 50개국의 다양한 소리와 음악, 춤이 밥상으로 연결되는 세계인의 밥상문화 토크쇼와 지구촌 문화축제 네이션스 데이가 진행된다.

일상의 경험과 즐거움이 슬로라이프 생활문화가 되는 교육 체험 워크숍 ‘슬로라이프 생활이 되다’는 바느질과 도자기, 뜨개질, 목공 등 생활 속 달인·장인을 만나 볼 수 있다. 어린이체험관에선 음식을 소재로 텃밭가게 놀이를 통한 어린이 생활경제교육 및 감성놀이 체험이 준비돼 있다.

건강, 환경, 공감, 슬로라이프의 가치를 공유·실천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모임인 ‘슬로라이프 네트워크 총회’도 열려 농업의 가치가 밥상의 가치로 온전히 이어진다. 이 밖에 세계 속의 슬로라이프 가치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슬로라이프 인문학 열전을 펼치며 도시와 환경,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파머스 마켓도 준비 중이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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