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께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유사한 특구로 출발한 중국 톈진(天津)시 빈하이신구(賓海新區)는 지난해 말 기준 3천277개의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945억 달러라는 성과를 거뒀다. 인천은 76개 외투기업과 45억 달러가 전부다. 고급 주택가로 전락한 송도는 글로벌 국제도시 경쟁에서 패배했다."

19일 한국은행 인천본부에서 열린 ‘2017 제2차 지역경제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천권 인하대 교수의 날선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인천 (송도)경제구역 개발 현황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실패 원인을 ‘3무(無)’로 꼽았다. ▶섬세한 청사진 ▶재정적 여력 ▶전문인력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도시로서의 계획 자체가 없었던 영종지구는 실패라고 할 것도 없이 주택만 있는 도시가 됐고, 발전설비와 쓰레기매립장 등으로 둘러싸인 청라는 국제도시가 아닌 문화산업단지로 계획됐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송도는 외관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것 같지만, 건축물과 공간적 단절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활력 다양성도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도시"라며 "인천은 글로벌 도시 전략에서 중국의 상하이(上海), 선전, 톈진, 홍콩에 크게 밀려 국제도시 순위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송도를 ▶거주민의 자족을 위한 자폐도시 ▶보행자를 무시한 자동차 중심의 오토피아 ▶겉치장만 하는 화장도시 ▶뒷골목과 스토리라는 모세혈관이 없는 대동맥 도시라고 명명했다.

집합적 공간으로 24시간 역동성과 다양성이 살아있는 서울 강남의 모델 등을 송도가 지향해야 한다고 그는 제언했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공유재산인 갯벌에 1단계 사업비 14조여 원 중 약 93%를 지자체와 공기업이 부담했다는 것은 송도 개발의 공공성을 방증한다"며 "그러나 송도에서 공공적 측면은 찾아볼 수 없고, 일부 부동산 개발업자와 투기꾼들이 개발이익을 독점(사유화)하고 재생산하는 현 구조는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의 변종이자 더 이상 용인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경제구역에서 국내외 기업을 유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법상 자회사가 아닌 모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국내 대형 유통사의 사례처럼 경제구역법상 각종 우대조치를 악용해 외투기업으로 둔갑한 뒤 부동산 임대업에 집중하고 개발수익금 등은 모회사에 상납하는 식의 송도 개발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유치된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지역 내에서 선순환되는 파급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투자유치 및 계약 단계에서 지역 고용 창출 등을 위한 조건부 제시나 선별적 모기업 유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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