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민 용인시장이 러시아 모스크바행 기내에서 출발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는 ‘용인당 용인당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지역사회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당 글이 정치의 계절이 돌아와 자신을 향한 음해성 비판이 도를 넘고 있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어서다.

정 시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에 해당 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날은 정 시장 등 글로벌 투자유치대표단이 10박 12일간의 일정으로 투자유치를 위해 러시아·루마니아·영국 등을 방문차 출국한 날이다.

대표단은 오후 1시 35분발 대한항공 여객기로 인천공항에서 모스크바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현지 사정으로 1시간가량 연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시장은 200자 원고지 7매 분량의 해당 글에서 ‘화충공제(和衷共濟)’라는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지금 우리 용인시에 꼭 필요한 말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불과 3년 전만 해도 우리 용인시는 빚더미에 눌려 파산위기까지 처했다"며 "초등학생까지도 ‘시장님! 용인시는 왜 빚이 많나요?’라고 물을 정도여서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창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우선 빚을 갚기 위해 전력을 쏟았고, 숱한 긴축 노력 끝에 2년 반 만에 8천200억 원의 채무를 제로로 만들었다"며 "이는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요즘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왜곡하고 비난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며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일까"라고 반문했다. 또 "한때 하루에 1억700만 원씩 내던 이자를 이제는 10원짜리 한 개 내지 않고 있는데 왜 그렇게 거품을 물고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도 말했다.

정 시장은 글 말미에서 "저는 과거 어느 언론사 인터뷰에서 저의 소속이 용인당이라고 하기도 했다"며 "우리는 모두 용인당이고 용인당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이 게시되자 페이스북의 경우 19일 오전 11시 40분 현재 45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60여 명이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일부 공직자들도 시장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정 시장의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비판을 음해로 받아들이는 건 적절치 않은데다, 용인당을 주창하는 것은 애향심에 기댄 정치적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채무 제로 선언과 관련해 최근 시의원들이 비판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겨냥한 글이라면 온당치 않다"며 "단체장은 엄연히 소속 정당이 있고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됐는데도 상황이 불리해지자 용인당을 주창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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