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당신
다큐멘터리/99분/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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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평생을 성소수자로 살아온 ‘바지씨’ 이묵의 일상을 담은 영화 ‘불온한 당신’이 20일 개봉했다.

 2016 올해의 여성영화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이영 감독의 신작이자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기도 한 ‘불온한 당신’은 70년 평생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 살아가는 이 땅의 성소수자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다.

 주인공인 ‘이묵’은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국내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1945년 여수에서 태어났다.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남자 같은 차림새와 외모로 줄곧 여성만을 사랑한 까닭에 ‘바지씨’로 불렸다.

 그가 태어난 지 70년이 된 2014년 보수 정권의 묵인 아래 광장에서 확산되는 성소수자 혐오 집회는 도를 넘어선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고통받는 일본의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의 고통 역시 만만치 않다. 예나 지금이나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진상 규명을 호소할 때 그 맞은편에서 비난집회를 이어가던 극우세력들은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자 퍼레이드 역시 반대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서울시청과 광화문, 신촌 등 다양한 장소에서 생존을 울부짖는 목소리와 이를 혐오하는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평범한 할아버지의 외모를 가진 이묵은 속삭이듯 "나를 남잔 줄 안다니까"라고 읊조리고, 관객들의 관심을 증폭시킨다. 또한 "내가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나 "좋아. 그냥 여자가 예쁘고 좋아" 등의 대사는 바지씨의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운 면모를 동시에 기대하게 만든다.

 그거 거울을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면도를 하는 모습 역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영화의 카피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를 찾아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감독 이영은 연출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폭력적 애국주의의 광풍이 불러온 사회적 현실과 그로 인해 밀려나는 삶들을 한 작품 안에 구성해 내려고 시도했다. 혐오의 프레임 안에서 성소수자들은 ‘종북 게이’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은 ‘불온한 세력’이 돼 간다. 존재에 대한 당연한 요구와 목소리가 사라져야 할 것들로, 나라를 망치는 불온한 목소리로 치부돼 재난의 현실을 구성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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