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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인천시관광특보
H치킨의 C회장은 지방의 한 도시에서 치킨 배달 전문점을 내며 사업을 시작했다. 한 마리 가격으로 두 마리를 준다는 공격적인 판촉과 치맥(치킨과 맥주) 사랑이 유별난 야구팬을 타깃 삼아 프로야구 운동장 광고판을 적극 활용한 광고전략으로 전국 브랜드로 우뚝 섰다. 2015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20층짜리 빌딩을 사옥으로 사들여 ‘닭 팔아 빌딩 세운다’는 업계의 우스갯소리를 현실화 한 장본인으로도 유명하다.

 M피자의 J회장은 동대문시장의 소규모 섬유 도매업자였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던 그는 1990년 다소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다. 당시 일본 브랜드였던 M피자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외식업계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피자시장은 외국계 P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던 터라 업계의 관심은 M피자의 성공보다 얼마나 버틸까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이대 앞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약 300여 개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급기야 2010년에는 일본 본사를 접수해 M피자를 대한민국 토종 브랜드로 바꿔놓기에 이른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자수성가한 CEO들의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두 오너의 오늘은 무척 암울하다. C회장은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혐의로, J회장은 회사 경비원 폭행과 가맹점에 대한 갑(甲)질 등으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들은 서둘러 피해자와 합의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가 하면 회장직까지 내놓았지만 비난여론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때 잘 나가던 그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일까. 속사정이야 여럿이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회장님’들의 그릇된 인간관(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자기 회사의 말단 경비원이나 하급 여직원쯤은 제(오너) 덕에 먹고 사는 하찮은 피고용인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가맹점주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전지전능한 존재로 여겼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추론이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진실(fact)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두 오너가 몸담았던 외식산업은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이다.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주고받는 무형의 상품이다. 서비스 공급자(내부고객)도 사람이고 수요자(외부고객)도 사람이다. 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사람은 내부고객이다. 그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응대해야만 고품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빌 메리어트 회장은 호텔왕이 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이라고 잘라 말한다. 인재에 대한 투자는 물론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초특급이다. 철저한 내부승진제도는 그 중 하나다. 메리어트호텔의 고위 간부 중에는 벨 맨이나 웨이터 출신들이 수두룩하다. 커피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직원들을 파트너라 부른다. 광고를 일체하지 않는 대신 그 돈을 직원 교육이나 복리후생에 오롯이 투자한다. 덕분에 이직률은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일 전 세계 5천 만 명의 고객이 찾는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의 사훈은 QSC&V이다. 최상의 품질(Quality)과 빠르고 신속한 서비스(Service), 청결한고 위생적인 공간(Cleanliness)으로 새로운 가치(Value)를 만들자는 것이다. 창업주 고(故) 레이 크룩은 ‘가맹점주들이 1달러를 번 다음 본사가 1달러를 번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번듯한 서비스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도 가맹점주들의 협력이 없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세 기업은 내부고객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덕에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갑질 오너들은 그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그들이 맥도날드의 햄버거 대학에서 고객만족(CS)교육을 받고 왔더라면 어땠을까. 적어도 사달이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테다. 그래서 영화 ‘곡성’의 효진이가 만약 현실에서 그들을 만난다면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사람보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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