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사상 최악의 수해가 난 상황에서 강행, 국민의 공분을 산 충북도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22일 연수 도의원들이 모두 귀국하면서 닷새 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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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학철 의원
이 과정에서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에 빗댄 막말까지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번 연수에 나섰던 자유한국당 김학철(충주1)·박한범(옥천1) 도의원과 공무원 등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연수단 6명이 22일 오후 8시 25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보다 앞서 한국당 박봉순(청주8)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1) 의원은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지난 20일 조기 귀국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최고 300㎜의 폭우가 쏟아져 청주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기는 물난리를 겪은 지 불과 이틀 뒤인 18일 8박 10일의 일정으로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이 연수를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도의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특별재난 구역 선포를 요구하며, 수재민들의 아픔을 보살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외유에 나섰던 최 의원도 참석했다.

5명의 도의원은 연수를 떠나기 직전까지 수해 속에 유럽행을 강행하는 것을 놓고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개월 전부터 계획됐고, 취소했을 때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출국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이언구(충주2) 의원은 인천공항까지 동행했다가 "엉덩이뼈가 아파 장시간 여행할 수 없다"며 되돌아왔다.

물난리 속 외유나선 충북도의원
물난리 속 외유나선 충북도의원

사상 유례 없는 청주의 물난리 속에 이들의 출국 사실이 지난 18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충북 도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난 여론이 폭발했다.

도의회는 파리에 도착한 이들에게 들끓는 여론을 전달했고, 연수단은 현지 도착 직후 조기 귀국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박봉순 의원과 최 의원이 우선 귀국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오전부터 파리공항에 대기하며 항공편 확보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은 "스스로 회초리를 들어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주 수해현장을 찾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 역시 당 차원의 징계를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김 의원의 '레밍' 발언이 불거지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모 언론과 전화 통화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이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레밍 막말'이었다.

김 의원의 발언은 순식간에 핫 이슈가 됐다.

'레밍', '김학철'이 수일동안 실시간 검색 순위 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터넷 포털을 뜨겁게 달구면서 이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도 극에 달했다.

성난 민심을 의식한 한국당은 지난 21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도의원 3명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초강경 징계였다. 어물쩍 넘어가다가는 불똥이 당으로 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 연수 사과하는 충북도의원
유럽 연수 사과하는 충북도의원

조기 귀국한 박봉순 의원과 최 의원은 지난 21일부터 수해 현장에서 복구 지원활동을 펼치며 '속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과 박한범 의원도 22일 저녁 귀국했다.그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을 도의회 유럽연수는 그렇게 종료됐다.

김 의원은 공항에서 "국민에게 상처된 발언을 한 것을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도 "해외연수를 외유라고 매도해 매우 서운하다. 사진을 찍기 위한 봉사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 상황 인식이 여전히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충북도의회의 이번 해외연수는 5일만에 막을 내렸지만, 도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사상 최악의 수해보다 더 큰 상처를 국민들에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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