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가입자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의 운용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 5천300억원으로 시작해 2003년 100조원 선을 처음 돌파한 이후 14년 만에 다시 6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 규모는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와 노르웨이의 국부펀드(GPF)에 이어 전 세계 연기금이 운영하는 자산 규모로는 3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운용자산(558조원)과 비교하면 7개월여 만에 7.71% 늘어났고 올해 4월 말(577조원)과 비교해도 석 달도 채 안 돼 4.16% 증가한 셈이다.
자산별 투자 비중은 국내채권(단기자금 포함) 48.3%, 국내주식 21.1%, 해외주식 16.6%, 대체투자 10.3%, 해외채권 3.7% 등의 순이었다.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과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코스피가 랠리를 펼치면서 국내주식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이 자산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연초 이후 국내주식 부문 운용성과는 지난 17일 현재 수익률약 23.5%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9.67% 오른 것과 비교하면 4%포인트 가까이 더 높은 성과다.
국내주식 운용자산의 규모는 물론 전체 운용자산 중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한 것도 보탬이 됐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5월 말 의결한 ‘국민연금기금 중기(2018∼2022) 자산배분안’에서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작년 말 18.3%이던 국내주식 비중을 내년 말 18.7%로 늘리고 2022년 말 20%로 안팎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코스피의 활황 덕분에 평가금액이 커지면서 벌써 2022년 말 목표 비중을 달성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지도부가 공석이 되면서 기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CEO)이 7개월째 공석인 가운데 최근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CIO)마저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이임식을 끝으로 국민연금을 떠난 강 본부장이 사표를 제출한 지난 17일은 공교롭게도 국민연금 운용자산이 600조원을 돌파한 날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장이나 본부장 모두 공모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후임자가 오려면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며 "이사회의 이사도 일부 공석이어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