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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약 대박을 꿈꾸다. 장맛비가 내린 23일 오전 인천도시철도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 인근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오피스텔 견본주택 인근에 단기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사진(왼쪽부터)은 청약 전날부터 텐트를 친 모습. 폭우 속에 우산을 쓰고 접이식 의자에 앉아 청약을 기다리는 투자자들. 견본주택 뒤편에서 길게 늘어선 청약 대기자들이 우산을 쓰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로또 오피스텔 광풍 재현되나.’ 2007년 3월 6일, 당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코오롱 더 프라우 오피스텔 견본주택 청약 현장에서 생긴 일이다. 구름 인파가 몰려 약 5천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그로부터 10년 4개월이 지나 똑같은 일이 송도에서 벌어졌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장맛비가 내린 23일 오전. 청약 첫날인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오피스텔 견본주택 주변이 그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로또텔’ 대박을 품고 구름처럼 몰려든 청약 접수자들의 단내나는 입에서 쏟아진 말이다. 이들은 지난 22일 오후 5시께부터 견본주택 주변에 수십 개의 텐트와 접이식 의자 등을 갖고 와 새우잠을 자면서 날을 지새웠다. 오피스텔 견본주택이 차려진 인천도시철도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 인근 송도동 11-2번지 일원에는 호우경보 속에서도 우산을 쓴 3천여 명의 청약 대기자들이 1㎞가 넘는 줄을 섰다. 곧 있을 정부의 2차 부동산 규제대책에 앞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전국 각지의 투자자들이 이 오피스텔 청약에 ‘풀 베팅’을 하기 위해 몰린 결과다.

수원에서 전날 오후 1시에 올라와 줄을 섰다는 맨 앞줄 투자자들이 기다린 시간은 무려 16시간이다. 그 사이 청약 신청금 100만 원과 신청서, 인감도장, 통장 사본이 든 각대 봉투는 비와 땀에 젖어 너덜너덜해졌다.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노숙을 자처한 이들은 대부분 인천과 서울, 경기도 등에서 올라온 단기 투자자들이다. 20일 견본주택 개관 이후 사흘간 2만6천700여 명이 이 ‘주거용’ 오피스텔을 점지하기 위해 다녀갔다. 25일까지 청약인파가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2007년 ‘송도 코오롱 더 프라우’의 투기 광풍을 연상케 한다고 한다. 당시 더 프라우 오피스텔은 123실 모집에 59만7천192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프리미엄 1천만 원에도 실거래는 이뤄지지 않았고,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와 당국의 세무조사로 ‘청약 광풍’은 자취를 감췄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지난 6일 8공구 M1블록에 공급되는 랜드마크시티 센트럴 더샵 오피스텔 전용 59㎡ 타입이 144실 공급에 1만6천297건이 접수돼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사례를 들며 이 같은 열기가 더 테라스 오피스텔에서 한층 가열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샵 오피스텔 전용면적 기준 84㎡ 타입(744실)이 3억800만∼3억2천200만 원의 분양가를 책정한 데 반해 더 테라스는 총 2천784실 전체를 84㎡ 타입으로 2억9천700만 원부터 공급하기 때문이다. 3.3㎡당 700만 원대 분양가를 재현한 것이다. 여기에 총 6개 군으로 나눠진 청약 접수에 따라 1인당 최대 6건의 청약이 가능하고, 대리인 포함 일행이 10명일 경우 무려 60건의 청약 신청이 가능해 투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청약 대기자 A(시흥시)씨는 "분양 마감 후 곧바로 ‘더블(프리미엄 2천만 원)’은 확신한다"며 "오죽하면 개구멍으로 들어왔다가 쫓겨난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화장실도 안 가고 버티겠느냐. 접수 후에 다시 줄을 서서 두 번째 접수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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