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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를 앓던 90대 노인이 숨졌다./연합뉴스
인천에서 발생한 90대 치매 노인 익사 사고와 관련해 소방당국의 늑장 출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방당국은 신고전화를 직접 적어 현장 구급대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잘못 알려 주는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25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9시 28분께 남동구 구월3동 반지하 주택의 이웃 주민에게서 90대 치매노인 A씨가 물에 잠긴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소방본부는 당시 내린 폭우로 각종 신고전화가 폭주했던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신고자의 전화번호를 손으로 적어 현장에 있는 구급대원에게 알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고자의 전화번호 중 숫자 하나를 엉뚱하게 적어 결번인 전화번호가 현장 구급대원들에게 전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전달받은 현장의 구급대원들은 신고자와 전화가 되지 않아 다른 구급 현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도착하지 않는 구급대원에게 최초 신고자의 신고는 계속 이어졌다.

제대로 된 신고 접수는 최초 신고로부터 24분이 지난 오전 9시 52분께 이뤄졌다. 구급대원의 사고 현장 도착은 오전 10시 1분께, 이웃 주민이 이미 물에서 건진 A씨에 대한 인근 대형 병원 이송은 오전 10시 13분께 진행됐다. A씨의 집과 119구급대와의 거리는 800m에 불과했다.

이웃 주민들은 소방당국의 실수로 A씨가 목숨을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웃 주민 B씨는 "구급대원들이 최초 신고에 맞춰 제때 와 줬다면 A씨가 이런 변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일은 엄연한 인재(人災)"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문제로 상황실 관계자가 유족들을 직접 만나 지연 출동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를 드렸다"며 "더 많은 신고전화를 접수하고자 했는데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본부 내 많은 이들도 힘들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민 기자 kmi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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