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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천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 전문조사관
공동주택관리 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운영 및 사무 처리를 보조하는 사무국 역할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2천여 건의 상담·조정·사전합의 등을 통해 입주민 생활 분쟁의 실질적 해소를 위한 지원을 전개해왔다. 그동안의 사례를 통해 좀 더 적극적인 대국민 서비스로 확대하고자 현재는 ‘분쟁조정 컨설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분쟁 조정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된 절차나 방법에 한해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조정이 성립될 경우 재판상 화해 효력을 가지게 된다.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조정 대상이 아니거나 조정을 신청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이에 분쟁 당사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면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분쟁조정 컨설팅 제도를 마련해 지난 5월부터 운영 중이다. 위원회에서는 이 제도의 시행을 통해 입주민 간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이미 발생한 경우라도 초기에 해당하는 경우 감정적 대립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 전에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 부득이하게 합의가 안 될 경우 소송보다는 절차적으로 간편하고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는 조정을 통해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분쟁이 발생하면 누구한테 하소연할 것인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전문적 지식이 없고 분쟁 당사자 간 감정 대립의 장기화 및 심화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 컨설팅 제도를 활용하면 분쟁의 조기해결을 위한 효율적 접근 방법, 관련 판례 및 유사 사례 안내, 필요시 전문가 의견 등을 지원함으로써 당사자 간 원만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과중한 소송 대신 간편한 조정 과정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안내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용역 계약의 용역비 정산과 관련해 동별 대표자 한 분이 관리주체(관리사무소)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며 위원회에 컨설팅을 요청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최근에 관리규약이 개정됐는데 관리규약 개정 이전에 위탁관리 주체와 경비용역 업체 간에 체결된 계약에 대해 개정된 관리규약 적용 여부를 두고 갈등 중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기존 계약이라도 계약서 변경 없이 개정된 관리규약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관리주체는 신규 계약분부터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위원회에서는 조사관으로 하여금 해당 단지를 방문하게 해서 계약서, 관리규약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장에서 법률 해석, 관련 판례를 안내했다. 또 향후 동일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 간 위·수탁계약 및 관리주체와 경비용역업체 간 용역계약에 정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안내했다. 신청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자세한 안내를 받으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며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외에도 난방비 과다부과, 동별 대표자 선출 및 해임, 단지 내 화물차량 주차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시행 한 달 만에 36건이 접수돼 공동주택 갈등을 대화와 이해로 풀고자 하는 수요가 예상보다 많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사건, 한 사건 정성 들여 화해를 유도할 때 조정 담당자로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평화는 힘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이해에 의해서 이루어질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분쟁조정 컨설팅 제도는 공동의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조정제도의 조기 정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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