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뒤를 이은 유선은 어리석은 군주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는 아첨하는 무리들과 놀기를 좋아하고 강직한 신하들을 멀리했던 것이다. 그때 동오에서 설후라는 인물을 사신으로 보내 우호를 다지려고 했는데 다녀온 설후가 보고했다. "근래 중상시(환관) 황호가 제맘대로 일을 처리하고, 공경대부들은 모두 아첨하기 급급한 소인배가 대부분이어서 직언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백성들은 굶주린 기색이 역력했고요. 이를테면 제비나 참새 같은 한심한 자들이 당상에 자리 잡고 있으니 큰 건물이 언제 불타 버릴지 모른다는 격이었습니다."

 국정농단의 전형으로 이런 비유를 했던 것이다. 결국 유선은 망국(亡國)의 군주가 되었다. 역사에서 ‘나라가 망하는 조짐’으로 여러 징후가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최고 권력 핵심부에 강직한 인물이 사라지고 시원찮은 인물들이 설쳐대는 현상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지난 정권의 몰락에서 이런 모습을 지겹도록(?) 보고 있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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