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801010011343.jpg

택시운전사
드라마/137분/15세 관람가

"광주?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

 영화 ‘택시운전사’는 ‘왜 다시 1980년 5월 광주인가?’라는 거창한 질문에 앞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풀어내는 영화다.

 낡은 택시 한 대가 전 재산인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은 홀로 어린 딸을 키우고 있다. 그는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돈을 벌기 위해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그의 택시에 탄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는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 기자’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택시비를 받았으니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 줘야 한다는 만섭의 도리, 그리고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는 피터의 도리에서부터 영화 ‘택시운전사’는 출발한다.

 그들이 만나는 광주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평소 운동권도 아니었던 평범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이들은 양심과 상식,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 이전에 사람이 해선 안 되는 일에 맞서 자신이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박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인 그들의 이야기가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비단 ‘과거 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기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티브는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 담긴 신문기사 한 줄이었다.

 영화는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의 한가운데로 태우고 들어갔다 온 김사복 씨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