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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글쎄 홍 대표님에게 이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홍 대표님과는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생이기도 하고, 15대 국회의원 초선 동기이기도 해서 더 망설였습니다. 지난 탄핵 이후의 대선 국면에선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이시기도 하셔서, 저와 같은 지나간 인물들이 살아 있는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에게 글을 쓴다고 한들, 이를 읽어 주실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편지글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홍 대표님은 또다시 보수야당의 당대표로 선출되기도 하셨으니, 그 책임감이 너무 막중함을 스스로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책임감을 채근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자 합니다.

 먼저 국민들을 이념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언행을 자제하였으면 합니다.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이제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좌파와 우파로 나누고, 좌파는 저질로, 우파는 고상한 집단으로 모는 형태는 이제 그만두었으면 싶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언제나 아름다운 세상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념의 힘, 논리의 힘만으로 세상을 재단할 수는 없는 세상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정보의 시대, 문화의 시대로 넘어가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념의 빛깔로 세상 사람들을 편 가르기를 한다면, 온종일 이념 논쟁으로 밤을 지새워야 할 것입니다. 헌법적 가치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자유보다는 평등을 중시하는 정치 입장을 좌파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평등보다는 자유를 주장하는 정치적 입장을 우파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평등과 자유가 우리 모두의 삶에 필요한 가치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평등과 자유, 두 이념의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법연수원을 다닌 저도 저의 사고 속에는 자유의 가치와 평등의 가치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좌파이겠습니까? 우파이겠습니까? 어떤 이념을 가지고 상대방을 덧칠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현실의 체제를 인정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홍 대표님이 낙선한 이후에 이 나라 대통령은 문재인입니다. 이제 홍 대표님이 하실 일은 홍 대표님이 지지 받지 못했던 국민들로부터 홍 대표님이 지지를 얻어 내어야 홍 대표님도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를 인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념 논쟁으로 홍 대표님이 구사하는 논리구조에 들어올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민들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십니까? 국민들은 지금 홍준표스럽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고상하지 못한 언어를 구사하고, 어깃장 놓는 일에 익숙하고, 청와대 언론 놀음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언론쇼를 스스로 자행하는 모습에 실망입니다. 언론쇼를 행하는 모습은 아주 초라한 일입니다. 예측불허의 행동과 예측불허의 막말을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또한 홍 대표님, 크게 보고, 멀리 보고 정치를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게 봉황의 뜻이 아닐까요? 자신이 아니면 뱁새라고 깔보는 태도로 인하여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받는 것보다, 홍 대표님의 경륜과 철학 속에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게 봉황의 모습이 아닙니까?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면 반사적으로 자유한국당에 이롭게 되리라는 근시안적 사고를 가지고는 홍 대표님의 지지율이 크게 등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진정으로 홍 대표님을 위한 충정에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홍 대표님이 예정했던 약 6시간 봉사활동 중 1시간만 현장에 머문 것에 대하여도 진정으로 국민들은 이를 국민을 위한 봉사라고 보고 있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봉사를 하시려면, 작은 정치를 하지 마시고, 큰 정치, 통 큰 정치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권력을 두고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겠지만, 그러한 경쟁 속에서도 대의명분을 잃지 않고, 눈앞의 이익 때문에 전체 국민의 이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는 커다란 정치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필요하다면 양보도 하고, 또 담대한 결단을 내려서 이 나라의 정치판을 끌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심이 어떨지요? 당대표에 당선되고 나서, 더불어 민주당 대표만 찾아가시는 작은 정치가 아니라, 바른 정당이나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대표도 모두 만나는 큰 정치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여당의 증세론에 대하여 담뱃값 인하론으로 맞대응하는 자유한국당의 꼼수정치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동기생으로서, 그리고 같은 시기에 국회의원을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홍 대표님을 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그럽게 혜량하시고, 부디 큰 정치 하시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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