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8일 밤 기습적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전략에도 큰 틀에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번 도발이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면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상황 인식 속에서 종전과는 차원과 강도를 달리하는 전략적 변화를 가시화했다.

앞서 북한은 28일 오후 11시 41분 자강도 무평리 인근에서 ICBM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기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조치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강력한 무력시위를 전개할 것을 지시하는 등 즉각적이고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또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미국과 우리 미사일의 성능 강화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대응은 국제사회의 대북압박과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 나가려던 기존 대북 접근법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변화는 이날 NSC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그 기류가 읽힌다.

문 대통령은 "금번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 나아가 미국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으로 등장하면서 종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전략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그간 전 정부에서 이뤄진 사드 발사대 2기의 국내 배치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음을 지적하면서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지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일기도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이번 도발을 계기로 나머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서두르라고 지시하고 이를 미국은 물론이고 사드 배치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중국에 ‘통보’했다.

이는 규탄성명과 무력시위 등 기존의 대응 수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ICBM이 온다고 하면 그대로 두고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로 선택의 옵션이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온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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