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살인과 자살로 하찮은 것으로 바뀐 생명, 믿음이 없어져 버린 이 사회가 매일 각박해져가는 요즘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벗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과연 진정한 벗이란 누구를 말할까? 아마도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즉시 판단해서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한 번 두 번 생각해보고 왜 그랬을까 하는 마음을 주고받는 벗이 아닐까 싶다.

 인류역사상 손꼽히는 넓은 땅을 정복한 칭기즈칸은 사냥을 나갈 때 항상 매를 데리고 다녔다. 매를 사랑해 마치 친구처럼 여기며 길렀다. 하루는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목이 말라 물을 찾았다. 가뭄으로 개울물은 말랐으나 바위틈에서 똑똑 떨어지는 석간수를 발견, 잔에 받아 마시려고 하는데 갑자기 자신의 매가 그의 손을 쳐서 잔을 땅에 떨어뜨렸다. 매가 계속해서 방해하자, 칭기즈칸은 "네가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화를 냈다.

 그래도 매가 날아와서는 잔을 떨어뜨렸고, 칭기즈칸은 재빨리 칼을 휘둘러 매를 베었다. 그는 죽은 매를 치우면서 바위 위를 보게 됐고, 그 곳에 죽은 독사의 사체가 샘물 안에서 썩고 있었다. 만약 칭기즈칸이 그 물을 마셨더라면 즉사할 수도 있었고, 매는 그것을 알고 물을 계속 엎어 버렸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칭기즈칸은 막사로 돌아와 금으로 매의 형상을 뜨게 하여, 양 날개에 각각 다음과 같은 문구를 새겼다."분노로 한 일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벗은 여전히 벗이다"라고.

 요즘처럼 각박한 사회를 살면서 진정한 벗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정한 벗은 거래로 만나는 벗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나는 벗일 것이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동료들이 옛날부터 알고 지낸 관계가 아니라 서로 경쟁하는 상대들이라 쉽게 친해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서도 서로 믿고 의지하는 관계가 된다면 아마도 진정한 벗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벗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으로서 대하고, 설령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곧바로 내치지 말고 ‘왜’라는 질문을 한 후에 결정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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