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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수필가
요즘은 아침마다 신문을 펼치기가 두렵다. 인사청문회, 최저임금과 세금 인상, 탈원전, 사드 배치와 중국의 반 한류 정책,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 등 각종 기사가 섬뜩섬뜩 소름을 돋운다. 대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석탄화력 발전소를 폐기하고 천만 분의 하나 방사능 위험을 없애기 위해 핵발전소를 없앤다는데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요는 20%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서민 경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 한 가지,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과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핵무기를 소유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통한 비장의 원자력 기술을 쌓아야 한다. 촛불시위의 공신인 민주노총은 시간당 6천470원인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서두르지 말라며 순차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안이 2018년도에 16.4% 오른 7천530원이다. 벌써부터 식당은 인건비 인상분만큼 음식 값을 올리고, 소규모 영세업자들은 아르바이트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폐업을 생각하고, 추후 전기요금 인상까지 염두에 둔 대기업은 해외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우산장수와 소금장수의 부모는 늘 걱정 속에 산다는 말이 있다. 비 오는 날은 소금장수 아들이 해나는 날은 우산장수 딸의 영업이 안 돼 울상이란다. 최저임금을 올려 아르바이트하는 분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만 나무만 보지 말고 바닥의 풀도 헤아려야 한다.

 7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 TV엔 올 것이 왔구나 싶은 화면이 떴다. 7월 28일 금요일 밤 11시 41분, 국민들이 여름휴가를 떠날 준비에 들떠있던 시각에 북한은 중국과 접경 지역인 자강도 무평리에서 동해상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1발을 시험 발사했다.

 지난달 17일,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7월 21일에 동시에 개최하자고 북한에 제안한 후 휴전협정 64주년을 맞는 7월 27일까지 애타게 답신을 기다리던 끝에 받은 어이없는 선물이었다. 다행인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인 29일 새벽 1시, 문재인 대통령이 NSC 회의를 열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다. 29일 오전엔 우리 군과 미군이 동해안에서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 훈련도 바로 실시했다고 한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 뉴욕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 전인 28일 오전만 해도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1년의 시간이 걸리는 ‘일반 환경 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미국엔 사드를 번복할 의사가 없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심하라고 하고, 중국엔 전임 정부의 결정 사안이기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양다리 외교였다. 사드는 북한의 핵실험과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로 인한 것이니 혹시라도 그 기간 안에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핵 동결 등 해법을 찾아낸다면 사드 배치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도였다. 반면에 미국은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청와대의 개성공단 재개를 반대하고 세계 각국을 통해 북한의 경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24일 전라북도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에 참석했던 북한의 장웅 IOC위원은 스포츠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한국 측의 기대는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 교류도 남북관계 물꼬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핵을 사수하기 위해선 목숨이라도 걸겠다는 북한은 10년 전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북한이 아니다. 이번 사드 재배치 결정처럼 북한의 실체를 뼈저리게 당해본 후에야 정책을 수정하지 말고 상대방을 가려 국익과 국민의 안위를 우선해야 한다. 실험적으로 원전을 폐기해보겠다는 발상도 국민 여론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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