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민들에겐 알뜰 벼룩시장이 친숙하다. 자원의 순환과 나눔으로 인식된 지 꽤 됐다.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알뜰 벼룩시장은 1998년 ‘아나바다’ 운동에서 시작됐다. 시민 알뜰 벼룩시장은 백경현 시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알뜰 벼룩시장은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구리역 인근 구리광장과 인창공원, 장자호수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시는 올해부터 알뜰 벼룩시장에 다양한 테마를 도입했다. 새봄맞이 집 단장과 청소년과 함께 하는 체험마당, 가정의 달 맞이, 신나는 여름이다!, 실천하는 자원순환, 한가위 맞이 꾸러미 정리, 가을은 독서의 계절, 홀몸노인을 위한 따뜻한 겨울 준비 등 계절별 테마가 다양하다.

매년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알뜰 벼룩시장을 들여다본다.

▲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열리는 구리시민 알뜰 벼룩시장의 활기찬 모습.
#구리시민 알뜰 벼룩시장 ‘아나바다 운동’에서 출발

구리시민 알뜰 벼룩시장은 1998년 시작돼 올해로 19년째 이어오고 있다. 구리시의 대표적인 시민 친화정책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민간 주도로 YMCA에서 시작하다 2011년부터 구리시에서 주관하고 있다. 이후 급격히 성장해 현재 600여 명의 정규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구리시민 알뜰 벼룩시장은 ‘아나바다 운동’이 시초이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의 줄임말이다. 물건을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뜻이다. 나에게는 필요없지만 아직 쓸 만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싼값에 파는 ‘아나바다 장터’가 구리시 알뜰 벼룩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파는 사람은 필요없는 물건으로 돈을 벌 수 있으니 좋고, 사는 사람은 필요한 물건을 싼값에 살 수 있으니 좋다. 판매한 수익금의 10%를 자율적으로 기부, 모금된 기부금은 1년 동안 모아서 연말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알뜰 벼룩시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는데, 삼삼오오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해 큰 장터를 연상케 한다.

부모의 손을 잡고 벼룩시장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사용했던 학용품과 중고 도서, 운동화, 연필, 인형, 장난감 등을 열심히 정리하고 제품마다 가격표를 작성해 붙이고 자리에 앉아 손님을 맞이한다. 어린이와 학생, 주부, 노인 등 알뜰 벼룩시장에 참석한 시민들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알뜰 벼룩시장에 매번 참여한다는 김모(60)씨는 "구리광장은 어르신 용품들이 많이 팔리고, 토평동은 어린이 용품이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이어 "여기 나오면 사람 구경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고, 더불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물건이 많건 적건 꼭 나온다"고 했다.

알뜰 벼룩시장은 대략 50개 정도의 부스를 설치하는데, 매번 조기 마감될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가 높은 편이다. 고정 구성원은 600여 명으로 온라인 신청 접수 건이 80%, 현장 접수 건은 20% 정도다.

▲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북적이는 시장은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로 가득하다.
# 100원부터 1만 원까지 다양한 제품과의 만남

알뜰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 오후에는 시민들의 참여가 급격히 늘고 제품도 다양하다. 공책이나 옷은 기본이고 장신구, 화분, 망원경, 일본 잡지, 토스트기, 반지, 보온통, 전자제품, 옷핀, 양말 등 웬만한 제품은 모두 갖춰진다. 가격도 100원부터 1만 원까지 다양하지만 대개 1천 원 내외의 제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심미진 어린이는 "처음에는 재미로 참가했는데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 알뜰시장이 열리는 토요일을 기다린다"며 "이러다 집에 있는 물건 모두 가지고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파는 물건값은 대개 100원이나 500원이지만 여기에 오면 없는 물건이 없고 너무 다양해서 저도 놀란다"며 "친구들과 나눠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수익금 대부분은 기부하고 조금 남는 것은 학용품을 산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알뜰 벼룩시장을 진행하고 있는 김상하 YMCA 시민사업팀장은 "생명, 평화, 환경을 지킨다는 소명과 자원의 재활용 측면에서 벼룩시장의 역할은 크다"고 말했다.

▲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북적이는 시장은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로 가득하다.
특히 "구리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고 우리의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민들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참여가 대부분으로, 그런 점에서 아직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구리시 자원행정팀장은 "알뜰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작부터 마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부스가 날아갈까 걱정이고, 사람이 너무 많을 때는 안전사고가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벼룩시장을 진행하는 부서 팀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건전한 사회로 거듭나고 있음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구리 알뜰 벼룩시장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은 언제든 시 자원행정과나 구리YMCA 시민사업팀으로 문의하면 안내된다.

구리=윤덕신 기자 dsy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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