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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
요즘 중소기업계는 뭔가 들떠 있는 분위기다. 오랜 숙원이었던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고 차관으로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대표들의 사이버공간(SNS)에서는 서로 축하와 기대의 말이 오고가는 등 고무돼 있다. 그동안 외청으로 법률 제정과 예산 확보 등 여러 면에서 소외되고 후순위로 밀려 어려웠던 지난 시절의 서러움을 이제는 털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차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고,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정책분야를 시장의 공정성 확립으로 꼽았다고 하니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불공정한 경제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지난 경제개발 과정에서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이 우선시 되고 중소기업 정책은 산업정책의 일부로 다뤄져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중소기업 관련 정부조직의 변천 과정에서 그대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의 시작은 1960년 7월 상공부 공업국에 중소기업과를 신설하고부터였다. 이후 1962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설립되면서 중소기업의 애로와 건의가 정부에 전달되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정책이 전개됐으며, 1966년에는 중소기업기본법이 제정돼 오늘날 중소기업 정책의 토대가 갖춰졌다.

 중소기업계는 이때부터 전담조직의 확대와 대기업 정책조직과의 분리를 정부에 요구했다. 중앙회의 창립 후 열흘째 되는 날인 1962년 5월 23일 첫 대정부 건의가 바로 이러한 내용이었다. "1만5천여 생산공장의 조장(助長)행정을 담당하는 기구가 1개 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오니 우선 그 기구를 확대하여 부(部)내지 청(廳)으로 개편하고 대기업 행정담당과 구분토록 함이 중소기업 육성정책의 관건으로 사유합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중소기업 전담부서 설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1968년 7월에 상공부내 중소기업국으로 승격됐으며, 1990년대 대기업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연쇄 부도가 속출하자 정치적인 부담을 느낀 김영삼 정부가 드디어 1996년 2월 9일 중소기업청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정책 수립은 통상산업부가 담당하고 중소기업청은 정책 집행만을 하도록 해 반쪽의 전담기구가 탄생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된 임시국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 이유가 중소기업부의 신설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중소기업청 출범 이후 21년, 첫 정부조직인 중소기업과 설치 57년 만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해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이 이뤄졌다. 법률 발의와 예산확보 등 중앙부처로서 완전한 기능을 가지고 중소기업 정책을 수립·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부처로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돼 정책적인 영향력이 훨씬 증대될 것으로 예상돼 중소기업인들의 기대는 더욱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유사중복 사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던 16조 원 규모의 1천300여 개 중소기업 육성사업을 포함한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정책 전체를 중소벤처기업부가 총괄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중점 추진해 온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기술보증업무도 가져와 창업벤처 생태계 구축과 중소기업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지원 정책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돼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지난 50년간 중소기업 정책은 주로 양적인 성장과 확대에 주력해 왔으나 이제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맞는 질적인 성장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부(部)의 조직 구성도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는 미래형 조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 기존의 기능적으로 분류된 조직을 그대로 부(部)에 적용한다면 미래 중소기업 정책이 과거와 별만 달라질게 없을 듯해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제 중소기업인들도 달라져야 한다. 직접적인 지원만을 바라며 정부에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설치됐다고 중소기업 경기가 살아나고 바로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경영은 중소기업인들의 몫이다. 다만 정부는 기업경영을 잘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를 건전하게 육성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줄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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