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A(40)씨는 연일 푹푹 찌는 날씨에 더욱 짜증나는 일이 생겼다. 쓰레기봉투를 사러 집 앞 가게에 갔지만 살 수 없었다. 당장 쓰레기를 처리해야 했던 A씨는 주변 가게 2~3곳을 더 돌아다녀서야 겨우 쓰레기봉투를 구할 수 있었다. 시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쓰레기봉투 하나 구하기 위해 몇 곳을 헤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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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지역 내 일부 소규모 가게에서 쓰레기봉투의 마진이 적고 성가시다는 이유 등으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부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연수구의 한 가게에서 시민이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는 모습.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지역 소규모 슈퍼마켓에서 쓰레기봉투가 사라지고 있다. 이익은 적고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판매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1일 인천 지역 각 기초단체에 따르면 쓰레기봉투는 판매를 원하는 가게들의 신청을 받고, 해당 가게들에 한해 판매하도록 한다. 현재 인천 지역 각 지자체가 판매하는 쓰레기봉투 가격은 부평구와 남동구가 5L 210원, 10L 390원, 20L 750원, 50L 1천850원 등으로 판매하고 나머지 기초단체는 두 지역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이다.

문제는 마진이 적어 많은 가게들이 봉투 판매를 꺼리고 있다. 봉투 한 장을 팔 때 가게에서 남길 수 있는 마진도 적지만 최근 카드 거래가 늘면서 이마저도 수수료로 떼이면 괜한 품만 파는 꼴이 된다.

연수구의 한 가게 주인은 "마진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봉투를 팔면 약 4~5%의 마진이 나오는데, 손님이 카드로 결제하면 2.5~3%의 카드수수료를 떼고 남는 게 없다"며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팔아도 마진이 거의 없어 많은 가게 주인들이 귀찮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도 많이 가고 민원도 많다. 게다가 쓰레기봉투를 판매하려면 크기별로 나눠 봉투가 담긴 박스를 보관해야 하는데, 소규모 가게일수록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상인은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팔면 사이즈별로 ‘이게 맞느냐, 저게 맞느냐’는 물음에 일일이 답변해야 하고, 민원도 많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로 쓰레기봉투 판매를 기피하는 가게가 늘고 있지만 제재하거나 지원할 방법이 없다.

부평구 관계자는 "관련법에서는 쓰레기봉투의 마진 상한을 9%로 규정하고 있고, 지역별로 조례에 따라 7~8% 이내에서 마진을 적용하고 있다"며 "가게에 주는 마진율을 높이면 봉투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높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 같은 경우에는 많은 가게들이 원해 50m 떨어져야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쓰레기봉투는 ‘팔아 달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게들이 적다"며 "봉투를 판매하는 가게에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새로운 정보를 전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각 기초단체는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대형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거나 쓰레기봉투 판매 장소를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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