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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인공지능과 지식을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에서 대학 교육에 대한 변화의 압력이 폭증하고 있다. 미래의 대학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여러분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주변의 미래학자들과 고등교육에 대해서 논의해 보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필자는 다년간의 대학 교육과 미래연구 과정에서 미래의 대학 교육에 대한 철학을 가지게 되었다. 미래의 고등교육은 ‘스스로 학습하는 사회’와 ‘해보면서 배우는 교육과 아날로그적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스스로 학습하는 사회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된 하이퍼 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서 우리는 원하는 지식을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고급 정보는 얼마간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지식을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으면 학교는 필요 없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않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지식이 축적된 사회에서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기초 교육과 인성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중등 교육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물론 많은 지식에 노출된 학생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 혁신적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학의 교육은 전문 교육에 치중했다. 그러나 열린 교육, Mooc, 인터넷 교육, 유튜브 강의 등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의 전문지식 전달 기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에 널려 있는 지식이 모두 올바른 것은 아니다. 게시된 지식의 오류와 거짓된 정보도 많다. 하이퍼 연결사회에서 대학 교육은 학생 스스로 학습할 동기를 부여하고 학생이 습득한 지식과 정보에 대한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스스로 지식에 대한 판별 능력을 기른 후 새로운 지식의 창출, 지식을 융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대학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 LTE/DL 교육과 아날로그 인성교육

필자가 소속된 인하대학교 물리학과에서는 LTE(Learning Through Teaching Education)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LTE는 학생들이 학과에서 배운 내용과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다른 학생이나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스스로 배우는 교육을 말한다. 학생들은 물리실험실에서 물리 원리를 학생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데모키트를 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배운 원리와 데모키트 제작 방법을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배운 내용을 가르치면서 지식을 체험하게 된다. 미래의 교육은 이와 같이 스스로 배운 지식을 대학, 동료, 사회에서 그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다음, 그 지식을 실현해 보는 교육이 대세를 이룰 것이다. 이렇게 해보면서 배우는 DL(doing and learning) 교육은 지식이 널려 있는 사회에 적합한 교육이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다. LTE와 DL교육은 초중등교육에도 지식의 수준을 맞춰서 적용할 수 있으며 학생들 서로 간의 멘토와 멘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에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그룹 토론을 통해서 지식의 교유와 협업의 장소로서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자인 랩(design lab)이나 메어커 숍(maker’s shop)에서 이러한 교육을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일반인들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과 학교는 아날로그적인 사회성을 기르는 장이며 인성을 기를 수 있는 장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가정에서 인성교육의 약화는 학교에서 학생의 사회성과 인성을 기르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사회성은 사회의 다양한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간에 구속된 상태에서 집단적 생활을 할 때 사회의 한 개체로서의 역할을 배우게 된다. 학생들을 운동장에서 뛰어 놀게 만해도 그 놀이 속에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더욱 중요한 사회가 됐다. 학교는 이러한 사회성과 인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의 참과 거짓을 판별하기 어려운 초디지털 사회에서 현실에 안주하는 교육은 국가의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다. 미래교육의 변화는 전국민의 토론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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