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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를 ‘노스탤지어’라고 한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고향에 대한 기억은 고단한 현대인을 위로한다. 그러나 한결같이 머물러 줄 듯 보였던 고향 산천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다. 그래서 실제 찾은 고향의 모습은 어렴풋한 느낌을 제외하면 추억 속의 형태는 온데간데없이 낯선 외양을 띠기도 한다. 이처럼 정착할 곳이 없기에 더욱 짙어진 노스탤지어는 추억의 골목길에서 길을 잃은 채 지난 시절을 갈망한다.

 그러나 추억과 과거라는 두 단어처럼 불완전한 기억의 퍼즐을 그럴듯하게 완성시키는 촉매제도 없을 것이다. 사실 과거가 늘 아름다웠던 것만은 아니다. 아프고, 힘들고, 견뎌야만 했던 시간들 또한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시간들은 지나갔고, 누구도 세월을 역행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는 추억이란 이름 속에 그리움으로 갈무리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아마코드’도 향수와 그리움으로 채워진 이탈리아 영화다. 제목 아마코드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리미니 지역 방언으로 ‘나는 기억한다’는 의미이다. 1973년 발표된 이 작품에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은 자신의 고향마을을 그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추억하고 있다.

 민들레 홀씨가 눈꽃처럼 날리는 바닷가 시골마을 리미니. 어촌 주민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지역사회에 고립돼 살아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또 그의 아들에게 이어지는 하나의 직업을 숙명처럼 생각하고 살았다. 너무나도 별일 없이 흘러가는 지역사회였기에 사람들은 누구보다 큰 열망으로 변화를 염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봤을 때와는 달리 리미니 마을은 생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사건으로 가득했다. 사춘기를 맞이한 10대 청소년들이 겪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 엄격한 수업 풍경과 대조를 이루는 우스꽝스러운 학교 내 사건·사고들, 자녀 교육 문제와 부부싸움 그리고 결혼식과 장례식 등이 계절을 달리하며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 마을은 매일이 축제인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으로 손꼽히는 페데리코 펠리니는 현실 속에 판타지를 섞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하기로 유명하다. 영화 ‘아마코드’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자신이 기억하는 유년시절과 고향마을의 현실감 있는 묘사는 때때로 마을 사람들의 꿈과 거짓 그리고 허풍과 결합해 추억의 허구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부모, 자식, 친구, 사제,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 한데 어울려 회전한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전체주의의 광기가 지배했던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악의 없이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순환적인 삶을 애정과 미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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