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계륵이란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계륵’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그다지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이르는 말이며, ‘계륵’의 유래는 삼국지의 조조에 대한 일화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후한서에 나오는 말로, 북방지역에서 최강이었던 위나라의 조조(曹操)와 촉나라의 유비(劉備)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데, 싸움은 여러 달에 걸쳐 장기간 양상을 띠고 있었다. 유비의 병참은 제갈량의 용의주도한 계책으로 넉넉했으며 조조와 정면대결을 피한 채 보급로 차단에만 주력하고 있었다. 반면, 조조는 병참을 소홀히 해 내부 질서가 문란하고 탈영병도 많아서 공격도 수비도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배가 고파 도망치는 군사도 속출했다.

 그러던 중 부하 한 명이 밤에 조조를 찾아와 후퇴여부를 물으니, 식사 중이었던 조조는 닭으로 만든 탕을 먹다가 이때 탕 속에 들어 있는 닭의 갈비뼈를 보고 먹자니 별로이고 버리자니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조조는 닭갈비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계륵, 계륵 하고 중얼거렸다. 부하가 어리둥절해서 나왔는데 주부인 양수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장안으로 귀환할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조조의 뜻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한 장수들은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까닭을 물었다. "닭의 갈비는 먹으려 하면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내버리기도 아까운 것으로, 지금 전하께서는 한중을 계륵 같은 땅으로 생각하고 버리기는 아깝지만 대단한 곳은 아니니 더 이상 병력을 소모시키지 말고 군대를 철수시키기로 결정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양수의 예상대로 조조는 그 이튿날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종종 놓이게 되는데, 이때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인 경우가 의외로 많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특히, 우리들 스스로가 결정한 길에 대한 이유를 반드시 기억하고, 그 길을 선택했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계륵과 같은 난처한 상황을 맞이해도 조조와 같이 슬기로운 판단으로 쓸모나 이익 있는 상황으로 반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