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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군 농협구례교육원 부원장
# 하늘역 닮은 간이역

보통 기차역은 하늘역과는 달리 시끄러움 속에서 버티고 있다. 옷을 벗은 사람들이 사는 하늘역은 조용한데, 옷을 입은 사람들은 옷 속을 온통 말로 채우고 다니는지 재잘거림에서부터 고함소리에 이르기까지 하늘역과는 사뭇 다르다. 특별히 김유정역은 하늘역을 닮았다. 춘천의 조그만 간이역이지만, 방문객이 많은 편이라 시끄러울 것 같지만, 김유정 향수에 젖어서 그런지 조용하지만, 마음이 즐겁고, 소박하며 넉넉한,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유정역이 위치한 춘천시 신동면은 춘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산 하나를 넘어가야 되기 때문인지 춘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역 입구에 들어서면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벤치 두 개가 간이역 벤치 대신 자리하고 있다. 역 안으로 들어서면 박 같은 것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김유정은 이곳 ‘실레마을’에서 태어나 ‘봄봄’, ‘동백꽃’ 등 주옥 같은 단편소설을 남겼다. 김유정의 소설 대부분이 이 곳에서 구상되고 작품의 등장인물이나 지명 등도 대부분 이곳의 실제의 상황과 일치한다. 마을 전체가 작품의 산실이며 그 현장이다.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영롱한 무지갯빛으로 사라진 김유정의 문학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가꾸기 위해 2004년 12월 1일부터 역 이름을 김유정역으로 바꾸게 됐다. 김유정역은 춘천사람들에겐 낯이 익지만 이 작은 시골역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MBC 드라마 ‘간이역’을 통해서이다.

1997년 철도원의 애환과 가족의 사랑을 그린 홈드라마로 인기를 끌은 이후 전국에 알려졌다. 그 이후 김유정역은 영화 ‘편지’의 촬영무대인 경강역과 함께 경춘선에서 가장 서정적인 간이역으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김유정의 문학과 생애

신남이라는 곳은 김유정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고, 그가 살던 곳이었기 때문에 문인들과 지역민들의 사업으로 김유정 문학촌이 생겼다고 한다. 필자도 그가 산책하며 글을 쓰던 곳에 와 있다. 소박한 초가지붕, 조용한 정자까지 김유정 선생과 꼭 닮았다는 생각에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다. 김유정역, 고요하고 출렁거리는 김유정 선생의 삶의 발자국, 그 바람자국 따라 문학과 함께 살고 함께 묻고, 눈물 쌓고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변에 둘러볼 곳도 많다. 삼포, 금병산, 강촌, 삼악산 등이 바로 그곳이다.

삼포는 춘천시 신동면 증3리에 있는 마을휴양지다. 김유정역에서 한들 방향으로 4km쯤 올라가면 좌측으로 삼포라고 쓰여진 표석이 있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300m쯤 계곡으로 들어가게 되면 삼포유원지가 나온다. 춘천 시내에서 정남향으로 바라보이는 금병산(652m)은 가을이면 그 산기슭이 비단병풍을 둘러친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병산 서남쪽 산자락 끝에 김유정의 고향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이 있다. 만무방 길을 따라 약 1시간을 오르면 네 갈래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 이 지점에서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산국농장과 금광터와 만무방의 노름굴이 있는 증4리를 잇는 길이 ‘금따는 콩밭’길이며 이곳에서 산 정상까지가 ‘산골나그네’길이다. 산골나그네 길은 가을이면 키를 넘는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산 정상에서 춘천시내를 내려다보며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동백꽃 길이다. 능선길에는 봄이면 잎이 나오기 전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가 드문드문 보인다고 한다. 강촌은 낭만과 젊음이 넘치는 곳이다. 아담하게 지어진 역사, 잔잔히 흐르는 강물, 강바람을 달리는 강변 하이킹과 시원한 물줄기의 폭포, 그곳에는 언제나 도전하는 젊음이 있다. 삼악산은 강촌 맞은편 산으로 4km 지점에 위치하는 매표소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등선폭포, 비선폭포, 승학폭포, 백련폭포 등 크고 작은 5개의 폭포가 나타난다. 올 여름 하늘역을 닮은 김유정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보자. 그러면 겸허하고 정직한 작가 김유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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