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미국시민권(국내 거소자)’을 가졌다는 이유로 모든 주민이 받는 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명 ‘모래값’이다.

이 기금은 해사업체에서 바닷모래 채취 대가로 받는 주민복지기금이다. 모래값은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 및 공사에 쓰이거나 2~3년마다 주민들에게 직접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올해 모래값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미 2015년에도 한 차례 대상자에서 제외돼 560여만 원의 모래값을 받지 못했다.

A씨가 번번이 모래값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 시민권자라서다. 덕적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A씨는 9년 전 다시 돌아온 이후 단 한 번도 미국으로 출국하지 않고 덕적도에서 살고 있다. 주민세 납부 등 주민으로서의 의무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민복지기금 대상자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투표만 할 수 없을 뿐, ‘재외동포법’에서도 입국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여행 목적이 아닌 주민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발전위원회 책자에도 1년에 250일 이상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모두 모래값을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적법한 자격을 가졌음에도 이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거소자 제외 등의 기준이 책자에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합법적으로 주민 자격이 있다면 일괄적으로 모래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옹진군발전위원회는 주민총회 결과를 지켜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주민총회에서 국내 거소자에게는 모래값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돼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관련법이나 주민이 몇 년을 살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주민총회 투표 결과 국내 거소자는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전 발전위원회에서도 국내 거소자에게는 모래값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이번에도 당장 며칠 내로 모래값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기준이 바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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