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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복 국립농업과학원 잠사양봉소재과
뽕나무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 일컬어지며 뽕잎, 가지, 뿌리 등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특히 열매인 오디는 ‘뽕나무의 정령이 모여 있다’하여 상심자(桑木甚子)라 한다. 5월 하순부터 6월 장마 직전까지 수확되는 오디는 현장체험과 직접 판매를 통해 일부 판매되고, 나머지 오디는 수분함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냉동저장을 하여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공을 하거나 택배 판매가 이루어지기까지 냉동보관 비용이 발생하므로 농가에서는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오디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오디잼, 오디주스, 오디효소, 오디술 등 단순 가공제품을 이용하는데 그침으로써 오디의 소비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대형 할인매장과 편의점을 중심으로 블루베리, 딸기, 망고, 리치 등 냉동과일과 더불어 냉동오디도 판매되기 시작했으나 냉동유통에 따른 특수설비가 갖춰진 장소에서만 제한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오디 생산 농가의 소득향상과 소비촉진을 위해 상시 구매는 물론 식용, 이용이 가능한 오디의 가공기술이 필요하다. 즉 보존 기간이 짧고, 상하기 쉬워 냉동 상태로 유통되던 오디를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건조기를 활용해 만드는 ‘고품질 반건조 오디’가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반건조 오디라 해서 수분함량을 50% 정도가 되도록 건조하는 것이 아니다. 냉동고 속이 아닌 우리 바로 곁에 두고, 손을 뻗어 언제라도 먹을 수 있도록 실온에서 보관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완전건조하는 수준으로 수분함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 상품성을 좋게 하기 위해 오디의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부피가 아주 작아지지 않도록 형태를 유지해야 하며, 가장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수많은 우리 농산물이나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반건조 오디는 농가가 보유한 건조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열풍순환 건조기, 진공동결 건조기, 원적외선 건조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모두 반건조 오디 제조에 성공했다.

 우선 열풍순환 건조기나 원적외선 건조기를 사용하는 경우 설탕이나 꿀을 넣어 숙성시킨 후 오디청을 만들고, 채반에서 건져낸 오디를 40℃ 정도의 건조기에서 저온건조하면 오디청, 잼, 반건조 오디를 동시에 제조할 수 있으므로 노동력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오디의 활용도를 3배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오디청 제조 방법은 오디청의 수량을 많게 하기 위해 최대한 오디를 착즙한 후 폐기물로 버리므로, 환경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 방법은 오디 폐기량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로서 환경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비교적 고가(高價)의 진공동결 건조기를 보유한 업체나 영농조합에서는 오디를 완전 건조하는데 걸린 시간의 절반가량 건조함으로써 오디의 여러 가지 기능성 성분과 고유의 맛, 향 및 형태를 유지시킨 말랑말랑한 반건조 오디를 제조할 수 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설탕 사용에 대한 거부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원적외선 건조기나 열풍순환 건조기를 이용해 건조과정 중에 벌꿀을 코팅해 반건조 오디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반건조 오디는 그대로 먹거나 요플레, 샐러드, 식빵, 찐빵, 떡 등의 식품에 첨가해 이용할 수 있고, 케이크 등의 장식(decoration)이 가능하다.

 반건조 가공기술은 오디뿐만 아니라 복분자, 블루베리, 아로니아, 감귤 등 대부분의 냉동 소과에 적용할 수 있으므로 가공식품을 개발 및 판매해 6차 산업화한다면 농민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부가가치 향상 기술이다. 최근 견과류 등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는 원물간식 시장의 주재료인 수입 농산물 대신 오디, 복분자, 산딸기, 포도, 구기자, 산수유, 감귤 등 우리나라 농산물을 이용해 제조한다면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은 물론 해외시장 역수출로 농업 및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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