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자유로운 의지에 입각한 자기 결정과 매 순간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의 주체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신의 섭리와 근대적 인간의 합리성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 전쟁의 참사 끝에 피어 오른 ‘실존(實存)’ 우위 세계관이다. 자유와 선택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안 된다. 이렇듯 후기 산업사회는 자신의 자각적 선택과 자유로운 결단에 의해 스스로를 형성해 나가는 주체적 인간군상에 방점을 뒀다. 그런데 선택의 연속으로 만들어지는 인생의 총계가 허무와 실패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 중에서 ‘충동적인’ 선택의 양을 조절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선택에는 장기적 중기적 단기적 관점에서의 선택이 있을 것이며 이는 다시 계획되지 않은, 계획에는 없던 충동적 선택과 충동적이지 않은 일상적 보편적 선택으로 분류될 수 있다.

 충동적 선택은 이따금 창의적 선택으로 위장돼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계획되지 않은 충동성으로 그 자체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더 큰 편이다.

 전 세계 75억 인구가 서로 서로의 선택에 의해 ‘필연이라는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해 공생하고 있는 삶을 생각하면 이해가 한결 쉽다. 한 사람의 선택은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직장, 지역사회, 나아가 한 나라의 운명에 크고 작은 파장을 미친다. 선택 속에 포함된 충동의 양과 질에 따라 파장의 물결은 잔잔할 수도 거칠 수도 있다. 특히 가정과 직장은 소속된 개인의 선택에 대한 이해도와 밀접도가 높아 선택에 따른 파장도 남다르다. 여기에 선택하는 개인의 위치(권력)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의 선택에는 충동적 요소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물론 그 개인의 선택에 그만큼의 결정권이 부여됨으로써 선택에 대한 강박적 스트레스가 수반될 가능성도 있다. 조직의 중간급 이상의 간부가 알코올과 약물 등에 지나친 의존과 남용을 보이면서 충동적 결정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때 가정과 조직은 ‘대체 불가’를 이유로 충동 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그의 병을 고쳐주기보다는 방치하고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충동적 선택의 부정적 파급 효과는 그물망 속에 있는 모든 조직원들에게 차곡차곡 누적돼 관계망 끊김 현상이 발생한다. 충동적 선택의 남발과 용인은 모두의 자멸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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