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 2014년 9월, 40억 아시아인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인천아시안게임은 1조5천억 원에 달하는 시민 혈세가 투입돼 인천시 재정 악화의 원흉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철저히 외면당하면서도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아시안게임은 그 후 인천은 물론 대한민국에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단순한 외면을 넘어 흔적 지우기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본보는 인천아시안게임을 둘러싼 오해와 그 진실을 조명하고, 이를 유산사업으로 이끌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600.jpg
▲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개막을 알리는 화려한 축하 불꽃이. /기호일보 DB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전부터 인천에서는 ‘인천의 재정위기 주범’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회 이후에도 비난은 쏟아졌다. 주경기장 신설 등 대회 개최에 드는 비용 약 2조 원(경기장 건설 1조5천억 원, 대회 운영비 4천953억 원)을 시민 혈세로 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회를 유치하지 않은 유정복 시장에게는 공약이었던 부채 탕감의 가장 걸림돌이자 애물단지가 됐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은 여느 대회보다 알뜰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국내 세 번째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은 총 투자비로 1조9천억 원이 들어갔다. 86 서울아시안게임·88 서울올림픽 2조4천97억 원, 2002 부산아시안게임 5조7천828억 원 등에 비춰 볼 때 알뜰 대회인 셈이다. 대회 운영비는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2조8천800억 원, 2010년 중국 광저우아시안게임 1조8천억 원 등이 들었으나 인천아시안게임은 당초 예상했던 5천454억 원보다 502억 원을 절약한 4천952억 원을 쓰는 데 그쳤다.

또 인천아시안게임은 광저우대회보다 3개가 많은 17개의 세계신기록은 물론 34개 아시아신기록이 나오는 등 풍성한 신기록을 양산한 대회였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북한까지 참가해 45개 회원국 전체가 인천을 찾은 퍼펙트 대회로 기록됐다.

대회 때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던 아시아 스포츠약소국 30개국 696명을 지원, 총 7개 메달(금 1개, 은 1개, 동 5개) 획득을 도운 ‘VISION 2014’ 프로그램과 임시시설물, 차량 2부제, 탄소배출권 확보 등 자구 노력을 인정받아 아시안게임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저탄소 친환경 대회 인증’ 획득 등도 인천아시안게임이 낳은 결과물이다.

이처럼 2014년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45개 회원국, 40억 아시아인이 19일간의 대장정을 펼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아시안게임 역사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대회로 기록되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지난 3년 동안 이를 기억하는 유산사업에 단 한 푼의 예산도 배정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인천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철저하게 외면했고, 인천시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 푼도 기념행사 예산을 세우지 않는 등 외면하고 있다"며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 변변한 기념행사조차 없던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3주년에는 그날의 감동과 열정을 되돌아보는 사업들을 하나씩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