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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병귀 여주보호관찰소장

연일 크고 작은 범죄들이 보도되면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범죄자는 대부분 검거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되지만 이미 일어난 범죄의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2008년에 발생한 강력범죄와 재산범죄를 대상으로 사회적 비용에 관해 연구를 한 결과 무려 15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GDP의 16.2%에 이르는 엄청난 수치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하겠다. 2015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전체 범죄 약 200만 건 중 44%가 전과자의 재범이고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의 경우 전과자 재범 비중이 50.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의 재범예방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함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범죄인의 재범 예방을 기본 기능으로 하는 기관으로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소속 국가기관인 보호관찰소(준법지원센터)가 있다. 보호관찰관은 범죄인의 원활한 사회복귀와 재범 방지를 위해서 주거지 또는 직장 방문을 통한 생활 점검, 행동 관찰을 하고 재범방지를 위해 필요한 지도, 감독, 교육은 물론 원호하는 활동도 한다. 그런데 2016년 말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보호관찰 등 대상자 27만5천460명을 보호관찰관 1천356명이 감독하고 있다. 보호관찰관 1명당 200명이 넘는 범죄인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보호관찰 제도를 먼저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보호관찰관 1인당 사건 수는 평균 20여 건에 불과한데 비하면 무려 10배에 이르는 수치다.

 내용적으로 보더라도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전자감독(전자발찌), 성충동 약물치료(이른바 화학적 거세), 성 구매자에 대한 교육(존스쿨), 벌금 미납자에 대한 사회봉사, 정신질환자나 알코올중독 범죄인에 대한 치료명령 등 새로운 제도들이 계속 도입돼 업무영역이 다양화되고, 특히 전자감독의 경우 업무 특성상 휴일 없이 24시간 상시 근무체제로 운영되며 장치 부착에 대한 거부감으로 저항적인 대상자가 많아 육체적·정신적으로 업무강도 또한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9년을 기준으로 할 때 사건 수가 약 32배 증가하는 동안 인력은 약 4.8배 증가하는데 그쳤고, 2013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건 수가 25.6% 증가했음에도 인력은 오히려 0.6%가 감소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보호관찰대상자의 재범률이 1% 낮아질 때마다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약 903억 원이 절감된다고 한다.

 재범률을 낮추려면 반드시 보호관찰관 숫자를 늘려 1인당 관리 인원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만 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추계한 범죄의 사회적 비용 중에서 국가기관이 거의 전적으로 부담하는 범죄대응 비용이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158조 원 중 단 3.6% 불과해 영국의 경우 19.4%인 점과 비교할 때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국방과 더불어 범죄와 관련된 사항은 국가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음에도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 중 극히 적은 부분만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고 나머지는 오롯이 범죄피해자 등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보호관찰관의 업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이나 설비 없이 대부분 사람이 사람을 대하면서 하는 일이고, 전국적 조직을 가진 국가기관으로서는 비교적 작은 규모이며, 업무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서 경제학 용어를 빌리자면 노동의 한계생산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장 보호관찰 인력을 적어도 상식적인 수준으로 늘리는 것은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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