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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 교수

지난 4일 오후 3시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공관병 인권침해 행위 등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7월 31일 사령관과 사령관 부인의 공관병 인권침해 행위가 보도된 이후 지난 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감사관 등 5명이 박찬주 사령관과 부인을 포함해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 6명과 공관장, 운전부사관, 참모차장 재직 시 부관 등 10여 명을 대상으로 사실 여부를 조사했다고 한다. 국방부가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에 대한 감사 결과, 상당 부분이 사실로 밝혀져 박찬주 사령관을 형사입건하기로 한데 이어 군인권센터도 박 사령관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군인권센터는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을 방문해 박 사령관 부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군에서의 공관병 운용은 창군 이래 관행으로 가족과 별거하는 고급지휘관의 경우에는 불가피한 특권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이번 박 사령관 공관병 갑질사건과 연계해 군(軍)뿐 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권력중독증(Power Poisoning 또는 Power Toxicosis )’의 심각성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뀝니다.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되는데, 이로 인해 공감 능력이 약화되고, 목표 달성이나 자기만족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뇌·신경 심리학자인 이안 로버트슨(Robertson)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 말이다.

 절대적 계급사회인 군대에서는 진급이 되면서 계급장이 바뀌고 권력이 커지고 사람이 변하게 되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하는 사회다. 특히 장군이 되면 억압되었던 하급자 시절과 다른 ‘보상 네트워크’라는 뇌의 일부가 작동해 ‘테스토스테른’이란 남성호르을 분출시키고, 그것이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분출시켜 ‘보상 네트워크’를 움직인다. 그래서 지휘관으로 권력을 잡으면 더 과감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변화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즉 권력이 ‘항우울제’로 작용하면서 아주 파워풀한 사람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지나친 권력은 ‘코카인’으로 작용해 중독이 되는 병리 증세로 체질화된다. 이것이 바로 ‘갑질’로서 부하들을 괴롭히며 쾌감에 빠져드는 것이고, 반복되다 보면 죄의식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권력중독증에 걸리면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되고, 자기애에 빠지고 오만하게 변한다.

 이처럼 권력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법과 법치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제3자적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기 어렵게 한다. 남편이 별 넷을 달았으니 그 부인이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권력중독증에 걸린 증상도 모르고 함부로 하다가 결국은 불명예로 추락한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인 듯하다. 심지어 한민구 전 장관의 구두경고도 받았음에도 자숙하지 않았다니 가히 예고된 비극의 드라마였고, 대부분이 야전에서 호국간성으로 어렵고 힘든 소임을 수행하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후배 장교들에게조차 사기가 떨어지는 망신살을 남긴 꼴이 됐다.

 헨리 키신저는 ‘권력은 최음제’라고도 지적했을 정도로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도 시대를 바꿀 위대한 업적을 만든 CEO지만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는 등 권력중독증의 부작용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군 지휘관들이 힘겨운 진급 후에 오는 더 큰 통제의 힘(power of control)을 갖는 것을 성공으로 착각하면서 박 사령관과 부인 같은 갑질 부작용과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폭언 갑질 등 사회적으로 심각한 권력중독증이 빙산의 일각으로 나타났다.

 군이나 사회나 건전한 집단은 권력을 통제할 내부의 강력한 참모부와 이사회가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해독제라고 한다. 그럼에도 군에서는 지휘관과 참모의 관계가 직언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이번 2작사 공관병 갑질사건의 해결책으로 제시하자면 이번 기회에 ‘공관병 운영’을 없애야 한다. 고급지휘관의 식사를 부대식당이나 부대인근 민간식당에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휘관의 전횡과 월권과 비리에 대해 보직 해임 여부를 건의할 수 있는 참모부의 지휘관 평가 권한을 주어 견제해야 할 필요성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군대문화가 개혁되는 시작을 기대한다. 군도 시대적 변화를 인정하고, 과거 관행을 스스로 깨고 변화해야 한다. 이 사건을 대군 신뢰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거듭나는 ‘국민의 군’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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