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도.jpg
▲ 박상도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최근 기업에 디지털 변혁의 미션이 새로 주어지면서, 새 가치를 창출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압박도 계속 늘고 있다. 반면 폐쇄적이고 관료주의적 조직문화는 이러한 노력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따라서 어제의 새로운 지식이 오늘 낡은 지식이 되는 빠른 변화의 시대, 불과 수십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 현실화된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수천 년 전의 인물인 공자, 맹자는 물론 삼국지의 인물과 칭기즈칸이 시대를 초월하여 아직도 우리 입에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인간의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방식은 변했지만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찍이 공자는 ‘온고이지신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즉 ‘새 것만 아니라 옛 것을 골고루 알아야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 시대가 그토록 강조한 변화와 혁신의 본질을 옛 역사에서 찾고자 하는 ‘온고이지신’의 관점에서 ‘로마제국’을 통해 변화와 혁신의 원리를 찾아보려고 한다.

 먼저, 로마는 어떤 나라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유럽에서는 비교상대가 없는 국가이며, 유럽의 현재를 있게 했고 유럽의 대다수 도시는 과거 로마시대에 만들어졌으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인 미국은 로마의 정치체제를 본받아 만들어졌고, 대부분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도 로마공화정 시대의 산 유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문화가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당시 로마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말하면 ‘남성 위주의 병영국가’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오늘날의 초일류 기업의 모습과 비슷하다. 기업의 제품에 해당하는 로마제국의 강력한 무장력은 경쟁상대가 없었다. 그렇다면, 로마제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의 원리는 무엇일까? 이렇게 대단한 로마제국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이탈리아 반도의 작은 도시국가에서 출발해 대제국이 될 때까지 엄청난 성장을 하는 동안 수없이 많은 변화에 직면했지만 그때마다 나타난 리더들에 의해 혁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서 배우는 변화·혁신의 원리를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혁신가들의 과감한 도전이 있었다. 당시 혁신가로는 그라쿠스 형제, 율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이다. 이들은 ‘혁신은 잘 될 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둘째, 성과를 위한 실용주의 정신이 있었다. "끊임없이 베끼고 또 베껴라"는 모방 창조의 혁신이 깃들어 있다. 즉, 형식보다는 실용주의를 택한 것이다.

 셋째, 동료를 믿는 공동체 정신이 있었다. 이는 리더와 동료를 믿고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로서, 개인의 능력보다는 집단의 협력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집단지성 문화이다. 그러므로 혁신하지 않으면 조직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잘 시사해주고 있다.

 의도적인 혼돈 조장과 상식 밖의 도전은 창조의 과정을 지원하고 추진하는 촉매제이다. 나아가 도전과 창조의 여정 그 자체는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변화와 혁신의 과정이다. 모든 것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게 그것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의 변화 추진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혁명적인 변화, 즉 혁신을 일상화하는 기업만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제 변화와 혁신은 의도적으로 일정한 시점에서 시작하는 연중 행사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 숨쉬는 동안 상시적으로 진행해야 할 일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옛말에 역사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듯이 우리의 현재 모습을 가장 잘 판단하게 해주는 표본이며 미래상황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지혜의 보고이다. 역사를 모른 채 앞으로 질주하는 것은 백미러 없는 운전을 하거나 나침반이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溫故而知新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