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춘 해수부 장관, 새얼아침대화 강연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9일 인천 쉐라톤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아침대화에 참석해 ‘글로벌 해양강국, 바다가 미래다’라는 주제로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9일 인천 쉐라톤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아침대화에 참석해 ‘글로벌 해양강국, 바다가 미래다’라는 주제로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 해운·항만업계가 망신을 당했다. 잇속만 챙기다 본전도 못 건진 것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인천을 찾은 자리에서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얽힌 건의를 하다 부산과 비교되는 수모를 겪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9일 송도국제도시 내 쉐라톤그랜드 인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375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글로벌 해양강국, 바다가 미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는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 시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지역 해운·항만업계, 경제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관련 기사 3면>
참석자들은 신임 해수부 장관이 온 만큼 ‘인천에 어떤 선물을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심도 많았다. 인천항은 내항 재개발과 부두운영사(TOC) 통폐합, 남항 배후부지 개발, 인천신항 활성화 및 매립토 부족 문제 등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현안이 쌓여 있다. 지역적으로는 해양경찰청 인천 환원과 해사법원 설치,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 등 해수부가 힘써 줘야 할 수많은 과제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날 정작 쏟아진 질의응답에서는 수준 이하의 질문만 나와 참석자들을 당황케 했다.

항만 관련 단체 한 대표는 "남북 해상교역이 활성화되면 평안남도 대동강 하구에 있는 남포항의 접안 능력에 맞게 남북 교역선이 인천 내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건의했다. 해수부는 이미 2013년 내항을 단계적으로 재개발하며 기능을 점차 축소하기로 했다. 선상 파시 등 남북 해상 교류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내항말고도 남항이나 북항의 일반 포구를 활용할 수 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내항이 남북 교류 항구가 돼야 한다는 말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TOC(부두운영사) 통폐합 문제를 잘 해결해 달라"는 건의도 ‘뒷북’이다. 이미 지난 2일 해수부 주재로 열린 TOC 통합 논의회의에서 엄기두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이 "노사가 우려하는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장관이 나온 자리에서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굳이 TOC 통합 운영 문제를 꺼냈어야 했느냐는 얘기가 많다.

김 장관은 질의응답을 듣고 "부산·인천·평택 등 국내 해양도시들이 ‘파이 나눠 먹기’를 할 것이 아니라 파이 크기를 더 키워야 한다"고 에둘러 질책했다. 특히 "부산은 해수부 부활 등 지역 공동체가 비전을 가지려는 역할을 많이 했다"며 "(인천도)전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 그림인지 지역 안에서 충분히 의견을 모아 추진해야 인천항이 발전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부끄럽다", "지역 망신이다"라는 뒷말도 나왔다. 지역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기 잇속만 차리느라 인천은 해수부가 제시한 비전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각계가 머리를 맞대고 정말 무엇이 인천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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