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부터 8월 초까지인 휴가철이 지났다. 올해도 이 기간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피서를 떠났다.

 피서(避暑)란 ‘시원한 곳으로 옮겨 더위를 피함’을 뜻한다. 하지만 시원한 곳을 찾아 떠난 휴식은 종종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기도 한다.

 올해 역시 ‘휴가철 바가지 요금 극성’이란 제목의 기사가 넘쳐났다. 한 해수욕장에 내걸린 돗자리와 음료수 가격 ‘시가(時價)’, 어느 계곡 근처 식당의 ‘백숙 2인분에 9만 원? 계곡 평상 앉으려면 7만 원짜리 백숙시켜야’ 등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소식들이다.

 지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최근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을 다녀온 친구는 "가족 4명이 겨우 지낼 수 있는 규모의 펜션들이 평소 요금의 5배가 넘는 바가지 요금을 받았다"라며 "아무리 한철 벌어 한 해 먹고 산다지만 휴가철 피크를 악용하는 악덕 상혼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친구는 매년 휴가철이면 반복되는 바가지 요금으로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를 망쳤다며 내년 휴가엔 꼭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올 여름 해외여행을 다녀온 또 다른 친구의 반응은 달랐다.

 지난주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친구는 그곳에서 먹은 유명 햄버거 맛을 자랑하느라 바빴고, 전망대에서 바라 본 야경 설명은 생생했다. 또 호텔 직원이 건넨 ‘안녕하세요’란 한국말 인사와 주변 가게에 적힌 한국어 메뉴판 등은 ‘대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내년 휴가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관광지들이 ‘한철 장사’에만 골몰하는 사이 많은 피서객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나 해외 호텔 예약 사이트, 저렴한 물가 등은 해외여행 문턱을 낮추고 있다. 며칠 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난 사람이 하루 10만9천 명을 뛰어 넘으며 개항 이래 최다 출국 인원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누구나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쉬고 싶다는 욕구는 간절할 것이다. 피서지 상인들은 말한다. "한철 벌어 1년 먹고 산다라고…."

 하지만 하루에만 해외로 나간 10만여 명은 이렇게 말한다. "1년 벌어 한철, 그것도 잠시 쉰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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