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제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과 국제적 관계 속에서 통일 문제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갖춰야 통일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통일 대비 매뉴얼 구축을 통해 통일 이후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겠습니다."

 이갑영(62·교무처장)국립인천대학교 통일후통합연구원장은 통일로 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통일 후 남북 통합을 어떻게 이루느냐에 대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기존 연구원들과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의 통일 관련 연구원이 통일로 가는 일에 주목했다면 인천대 연구원은 통일 이후를 준비한다. 남북 간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어떤 대안을 세우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주목하는 한국에서 유일한 연구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 통일 후 통합 연구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라는 것 빼고는 언어는 점점 이질화되고 경제활동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화폐단위도 다르고 생활패턴도 다르다. 흔히들 독일의 통일 과정을 비교하지만 남북한은 그들의 기본 전제조차 갖추지 못하고 평행선만 걸어왔다.

14.jpg
동서독은 전쟁을 치르지 않았고 분단 이후에도 대화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 또 우리의 퍼주기 식인 ‘스윙전략’과 서로 우편물을 주고받고 TV를 시청하는 등 수십 년간 거리를 좁히려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동서독은 통일 이후 상당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에서 통일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이 안 되지만, 통일 후 통합 비용으로 20년 동안 최대 3천500조 원의 통일 비용이 소요될 정도로 통일 후 통합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이 원장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수많은 노력에도 막상 통일이 된 후에는 학생을 가르치는 독일어 교과서가 통합되지 않아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영토는 통합했어도 사회는 여전히 분열됐었던 것이지요. 우리 연구원은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통일 후 한국사회를 통합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것입니다."

통일후통합연구원은 북과 관련된 자료를 보충하기 위해 국내외 많은 기관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종연구소와 서울대 통일연구원이다. 이들 연구원과 자료를 공유하고 생산된 정책을 공유하기 위해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또한 생산된 정책의 효율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북의 사정에 밝은 중국 랴오닝(遼寧)사회과학원과 옌볜(延邊)의 조선반도연구센터와도 협력을 통해 정책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이들 기관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제한적이기는 하겠지만 북한 학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의 프레디에버트재단과 독일 통일과 통일 이후 사회의 통합 과정에 주목할 수 있는 협력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북한의 통일 이후를 실천하는 대한민국의 정책적 대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양한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머리를 맞대면 좋은 연구성과들이 생산될 것이고, 이렇게 생산된 정책은 늦어도 2019년 하반기에는 대통령의 집무실 서랍에 들어있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안에는 남북 통일 이후 남북 통합을 위해 중요한 각 분야의 중요한 정책들이 들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통일 후 준비, 감성을 뺀 냉철한 시각으로

14-2.jpg
통일후통합연구원은 남북아카데미 CEO과정과 YELLOW SEA ACADEMY(황해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황해아카데미는 중국 대학의 한국어 교수가 참여하는 연수로, 현재 중국에는 2천여 개의 대학 중 150여 곳에 한국어과가 설치돼 있다. 이 대학들이 북한을 이해하고 교류·협력할 수 있는 작은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이러한 작업들이 통일 후 남북한을 새롭게 통합하는 원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조동성 총장도 통일 후 통합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천은 최북단 섬인 서해5도를 안고 있어 남북의 반목과 갈등, 대립과 긴장의 현장이고 역사적·지리적·학문적 조건에서 통일 후 통합 연구의 최적지라는 점을 꼽았다.

인천대가 인천이 갖는 ‘통일’ 관련 비교우위를 활용, ‘통일’ 관련 연구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천대는 올해부터 64개 학과가 모두 남북 통일 이후 통합과 관련된 정책들을 생산하고, 그 정책을 통해 통합 이후의 한국사회를 대비하는 일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조동성 총장은 "통일 후 통합 연구는 인천대가 피할 수 없는 인천대만이 해내야 하는 핵심적인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통일 후 통합 연구는 인천대의 미래와 인천의 미래에 직결되는 과제라고 밝힌다.

무엇보다 이 원장은 통일 문제에 있어 냉철한 사고와 폭넓은 시각을 통해 현실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과학을 하는 학자로서 통일 문제를 간과하고 볼 수는 없습니다. 통일이야말로 냉철한 시각으로 봐야 하고, 통일에서 뺄 것은 감상적인 생각입니다. 통일과 통합 문제는 명백한 현실이고 이를 감상적으로 접할 때는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남북의 모든 영역에서 치밀한 정책과 시나리오가 필요합니다. 통일후통합연구원은 생산하고 가공해 통일 이후 남북한의 새로운 통합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민족적 과제라고 생각하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