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만 치더라도 3.3㎡당 1천785만 원입니다. 송도국제도시 주상복합용지보다 1.6배나 비쌉니다. 돈만 바라봤다면 벌써 손을 뗐어야만 했던 사업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이기 때문입니다." 인천시 남구 주안2·4동 재정비촉진지구 안 도시개발1구역(주안의료타운) 개발사업자 SMC개발㈜ 박귀현(68)사장의 자부심이다.

비록 돈은 안 될지언정 의료인이 꼭 껴안아야 할 생명에 대한 가치를 도시개발1구역 개발에서 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하다.

7년 동안 수면 밑에서 숨 고르기만 해 왔던 도시개발1구역 개발사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분산 배치냐, 이전이냐’를 놓고 3년간을 끌어온 사업구역 안 주안초등학교가 이전으로 가닥을 잡고 대체부지 마련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그저 땅을 갈아엎고 그 위에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을 잔뜩 집어넣는 개발사업자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출혈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인천상공회의소가 ‘사업성이 없다’며 슬그머니 빠져나갔겠어요!" 박 사장은 인천상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되레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이곳 개발사업에 투자한 서울여성병원의 속을 당최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시업 시행의 한 축인 남구와 인천상의 간 양해각서(MOU)를 맺은 2010년 3월이었다. 당시 SMC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전체 터(1만9천431㎡·용적률 800%) 중 60%가 상업·업무용지로 인천상의가 개발하기로 계획했다. 나머지 40%는 의료용지로 그 자리로 옮기는 SMC(서울여성병원)의 몫이었다. 이때 SMC가 부담해야 할 토지매입비는 231억 원이었다. 인천상의가 손을 들면서 SMC가 책임져야 할 토지매입비는 864억 원으로 3.5배나 증가했다.

"복병은 그것만이 아니었죠. 주안초등학교 이전 문제가 불거진 겁니다. 병원만 짓자고 아이들의 학습권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도시개발1구역은 주안2·4동의 선도사업이다. 그 중에서도 주안초등학교 학생의 분산 배치는 애초의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분산 배치를 반대하면서 이전을 요구했다.

주안초등학교 이전을 결정하고 터(인천기계공고 인근)를 찾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도시개발1구역의 사업성은 떨어졌고, SMC의 토지매매대금 부담은 1천49억 원으로 183억 원이 또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순항을 해도 사업성이 낮아 자금 조달(PF)조차 어려운 판에 더 큰 문제가 터졌습니다." 주안초교 이전 문제로 시기를 끌다 보니 자금을 끌어오기로 했던 정책금융공사가 2015년 1월 산업은행으로 흡수통폐합된 것이었다. 정책금융공사는 3천억 원 이상 투자하고, 시중금리보다 1~2% 낮은 정책금리를 7년 거치로 융자하기로 했었다.

"고육지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을 벌겠다는 결정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손실을 더 줄이려는 고뇌의 선택이었습니다."

2011년 재정비촉진지구계획 고시에는 도시개발1구역 총면적 15만5천448㎡ 중 주거시설(4만6천880㎡)이 348가구였다. 나머지 상업·업무시설(4만6천880㎡), 의료시설(6만1천688㎡) 등이었다. SMC는 사업성이 악화되자 주거시설을 864가구(주상복합 4개 동)로 늘릴 계획이다. 그렇다고 상업·업무시설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당초 상업·업무시설의 50% 안에서 주거시설을 더 짓는 것이다.

"원도심 재건과 남구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과 경인전철 주안역의 더블 역세권인 도시개발1구역에 원도심 개발의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박 사장의 생각이다. 서울여성병원 자체 조달자금 2천100억 원을 투입해 450병상(현재 70병상)의 대학병원 수준의 생애 전 주기 전문병원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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