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의 한 지휘관에 의한 ‘갑질 논란’을 계기로 실시된 국방부의 공관병 실태조사 결과 일부 부대에서 불합리한 업무지시가 있었던 것이 추가로 밝혀져 또 한번 충격을 주고 있다. 국방부는 이른바 ‘공관병 갑질’과 관련, 공관병·관리병·판매병 운영실태 조사를 통해 병사들에게 텃밭 경작을 시키는가 하면 가축 사육을 하는데도 병력을 동원하는 등 불합리한 업무지시가 일부 부대에서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군의 사기저하는 국방의 허술로 이어진다. 그러잖아도 한반도 위기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때에 불거진 군에서의 갑질 논란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방위에서 공관병 갑질 논란과 관련, "해당 병사들과 부모님,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국방부 장관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잘못된 일이 터지거나 하면 으레 사과 한마디로 끝나곤 한다. 국군 장병을 군 지휘관이 군 본연의 임무 외에 개인적인 사병(私兵)으로 부렸다면 이는 중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결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드러난 지휘관의 비리가 있다면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군에서 갑질 논란이 재연돼서는 안 되겠다. 우리 군이 작금의 부끄러운 ‘갑질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해 거듭나기 전에는 국방부가 국방 운영 중점사항으로 표방하고 있는 ‘국민과 함께하는 군,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군 육성’은 요원하다 하겠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국방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장병을 현대판 사병으로 부리는 군대가 어느 나라 군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밭에 채소나 가꾸고 가축을 사육하는 일에 군 장병을 투입하는 군 지휘관이 있는 한 우리의 국방은 이미 허물어진 것이다. 튼튼한 국방력은 군사의 수나 무기의 양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강이 확립된 투철한 군인정신에서 비롯됨을 알아야 한다. 한 지휘관의 그릇된 사고가 국방을 위험에 빠지게 함을 알아야 하겠다. 군 당국은 이번 군 갑질 사건을 계기로 장병들에 대한 인권보장 등 군 문화의 대대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 추진키로 했다 한다. 거듭나는 군의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다. 그래도 국민들은 군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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