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위왕’ 사실상 만들기 어렵다

인하대학교 민경진 교수 연구진 조선 중기 기묘사화 원인 재조명 곤충 섭식 조사 결과 확률 낮아

인하대학교 민경진(생명과학과)교수 연구진이 조선 중기 기묘사화의 원인이 된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15일 민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15년 5~7월 두 달간 2주 간격으로 서울 관악산 일대를 찾아 꿀로 나뭇잎 뒷면에 임금 ‘왕’자를 써 두고 곤충의 섭식 여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어떤 나무에서도 ‘왕’자가 새겨진 경우를 발견하지 못했다.

민 교수는 "‘위(爲)’는 12획으로 이뤄져 있어 그 모양이 복잡하고, 주초위왕 네 글자를 쓸 만한 크기의 나뭇잎이 드물어 곤충의 섭식을 통해 글자를 만들기는 어렵다"며 "곤충이 유충으로 지내는 기간이 짧아 글자를 쓸 수 있는 시간 역시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 역시 인위적으로 글자를 만들어 낼 확률이 낮은 원인으로 보인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 예로 민 교수는 박각시나방은 유충으로 있는 기간이 1년 중 20~30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1519년 발생한 기묘사화는 ‘주초위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에는 조선 중종 때 조광조를 없애려는 세력이 궁궐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 곧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의미의 글귀를 써 이를 벌레가 파먹게 한 다음 중종에게 바치게 했다. 중종은 조광조가 역모를 꾸미는 것으로 여기게 되고, 조광조와 그를 따르는 이들은 사약을 내리거나 귀양을 보냈다.

최유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