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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역세권1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옛 선경직물 수원공장’ 내에 남아 있는 본관 건물. 일제강점기인 1944년에 지어져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 현재 철거를 앞두고 있다. <사진= 경기문화재단 제공>
최근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옛 선경직물 수원공장 철거 진행<본보 8월 16일자 1면 보도>과 관련해 이 지역 개발을 추진 중인 SK그룹이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는 물론 기업의 뿌리마저 무시한 채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6일 경기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서수원개발㈜은 2019년 말 완공을 목표로 옛 선경직물 수원공장이 위치한 수원시 권선구 평동 4-11 일대 총 19만4천370㎡ 부지에 대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서수원개발㈜은 2007년 SK건설이 개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설립한 회사다. SK그룹은 이 회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원시에 제안했다.

2008년 ‘수원시 역세권1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지 9년 만인 지난 6월 선경직물 공장부지 내 건축물 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역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철거가 진행 중인 공장은 1944년에 지어져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돼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를 보존한 곳이다.

여기에 당시의 건축물 양식을 잘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무실 건물을 비롯해 건축물 자체의 문화재적 가치와 내부에 비치된 각종 집기류 등이 높게 평가된 1959년 건립한 본관 건물 등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산업 흐름과 흔적을 담은 건물들이 포함돼 있다.

SK그룹은 2012년 경기문화재단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연구조사 결과 및 향후 보존·활용 방안에 대한 제안을 직접 받아 해당 건축물들의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었으나 이를 외면한 채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SK행복나눔재단을 통해 ‘전통문화유산의 이해와 혁신사례 공유’를 주제로 대학생 워크숍을 개최하고, 2014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고택 보존을 이유로 이를 활용한 전통 고택 리조트를 개관하고 올해 상반기 입사시험에 국내 문화재 관련 문제로 출제하는 등 그동안 매체를 통해 ‘문화유산 보존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홍보한 모습과 상반된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2012년 SK건설을 방문해 선경직물 수원공장의 문화적·산업사적 가치를 전달하고, 근대문화유산 및 SK그룹의 발상지이자 한국 경제 발전의 근거지로서의 의미를 높일 수 있는 활용 방안 검토를 제안했었다"며 "당시 SK 측은 이 같은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이제 와서 낙후 지역 개발을 앞세워 스스로 문화유산의 가치 및 그룹의 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수원개발㈜ 관계자는 "현재 SK 측에서 아직 철거되지 않은 건물들에 대한 처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해당 지역의 도시개발은 이미 2008년 계획이 수립된 만큼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9년 만에 본격화된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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