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간의 상호 비난과 위협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한반도에서의 이른바 ‘8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세종문화회관에서 발표된 문 대통령의 제72주년 광복절 기념 경축사가 내외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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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 원장
현재로서는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김정은 정권을 두고, 특히 ‘가상(假想)의 위협이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된 핵동결을 또다시 주문한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라는 문제 제기를 하는 국민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안을 한 것이 비현실적이다"라는 비판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는 지금, 이런 문제 제기는 ‘건전한 비판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말처럼 그 문제점을 보완, 수정하는 방향에서 정책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한반도 내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런 언급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의 동의없이는 군사적 충돌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한반도문제의 한국 주도적 해결 입장을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특히 이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더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대화테이블로 나올 경우에는 체제보장은 물론이고 남북한 간 경제교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에 평화가 없으면 동북아에 평화가 없고, 동북아에 평화가 없으면 세계의 평화가 깨진다’는 현실 인식을 토대로 한 것으로,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의 이른바 ‘한반도 평화구상’에서 밝힌 여러 가지의 대북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북한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이지는 않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의 말을 빌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자면 수많은 핵전략장비들을 끌어다 놓고 불집을 일으킨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동문서답(東問西答)적인 발언만을 내놓고 있다.

 지금 한반도의 정황은 북한의 ‘괌도 주변 폭격 위협’과 이에 대응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표현’, 그리고 국방관계 고위 당국자들의 ‘예방공격이나 선제타격 발언’ 등으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의 수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바로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평화’라는 단어를 무려 20차례나 언급하면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연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문제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그 당사자인 북한이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제시하고 있는 의미와 메시지를 얼마나 진지하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즉 지금처럼 북한당국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입버릇처럼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 라는 원칙이나 구호를 내세우면서도 내심으로는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같은 반평화적 행위를 일삼는다면, 그 언제가도 남북한 관계의 개선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이뤄지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주민이 기아선상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낙관적 신심만을 부추긴 채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한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한다면, 지구상 그 어느 국가도, 심지어 혈맹국이라 자처하고 있는 중국조차도 지원이나 원조는 물론이고 결코 북한의 입장이나 자세를 지지하거나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당국이 진정으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원한다면, 그래서 자신의 체제를 보장받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하기를 원한다면 문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밝힌 대로 ‘핵 동결과 중장거리 미사일도발’이라는 반평화적 행위를 과감하게 중단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은 ‘무엇이 선결(先決)과제인가’ 하는 점을 새롭게 되새기고 이에 따른 현실적 조치를 취해야 할 때임을 심사숙고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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