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 자료 수집 차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 장안가 등 베이징의 주요 관광지를 모처럼 다시 다녀왔다. 베이징은 지난 90년대말 필자가 유학을 하면서 틈틈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골목골목을 누빈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친숙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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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호텔관광과 교수
 지금은 시내 도처에 최첨단으로 무장한 화려하고 웅장한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고, 특히 도로 곳곳에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방불케 하는 각종 명차들이 줄지어 다니는 곳이지만, 불과 20년 전 90년대 라오베이징(老北京)의 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상반되어 참 아늑하고 푸근한 곳이었다.

 생활 곳곳에는 우리에게 만만디(慢慢的)라고 불리는 약간의 불편함과 모자람 그리고 느림의 미학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늘 여유로 넘쳐 그야말로 정이 가는 아늑한 곳이었고, 이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곳의 수많은 문화유산과 자동차보다 더 많은 자전거들이 서민의 애환을 실고 도로를 수놓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각설하고 이번 베이징 방문을 통해 ‘자전거의 공유경제’에 대해 각성하였다.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2008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말한다. 물품 혹은 생산설비나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는 공유소비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돼 쓰이고 있기도 한다.

 베이징의 주요 관광지와 지하철역사 앞에는 어김없이 다양한 색깔의 수 십대 자전거들이 줄지어 이용객을 맞이하고, 주변 도로에는 이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분비는 모습을 보면서 베이징은 역시 자전거 천국이라는 옛 명성을 다시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필자가 아는 바로 우리나라 창원시나 상주시에서도 이미 자전거 공유개념을 도입하여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듣고 있지만 새로운 자전거 공유경제는 그 개념이나 운영방식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 핵심적 차이의 특징은 GPS와 QR코드이다. GPS는 자전거 위치 파악을, QR코드는 특정 사용자에게 열쇠를 제공하고 결재를 하기 위함이다. GPS와 QR코드를 바탕으로 거리 곳곳에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배치해놓고 필요할 때, 필요한 거리만큼 타고난 후, 아무데나 세워놓으면 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관련 앱으로 가장 가까운 자전거를 찾아서 선택하고 해당 자전거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잠금 장치가 풀리고 타고가다가 아무데나 세우고 사용 완료를 터치하면 사용료가 지불되고 자전거는 다시 잠긴다. 세계 정보통신기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는 이미 GPS와 QR코드를 충분히 활용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최근 송도신도시에는 센트럴파크와 같은 관광자원과 프리미엄 아울렛 등 대형 복합 쇼핑몰 같은 집객시설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출퇴근 시간은 물론 주말에도 교통 정체나 주차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 주요 원인은 정교하지 못한 대중교통체계로 인해 차를 직접 몰고 올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대안으로 자전거 공유경제 도입을 제안한다. 송도신도시에 자전거 공유경제가 도입되면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지하철 역사와 수많은 아파트단지, 관광지, 대규모 집객 시설이 서로 지체 없이 연결되어 자동차 운행은 감소될 것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관광객이나 방문객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신도시는 더욱 친환경적이며 쾌적한 생활공간을 창출하여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것이며, 향후 그 성과를 인근의 연수구나 남동구 더 나아가 인천 전체로 확산한다면 시민들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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