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는 뉴스를 접했다. 당시 ‘살충제 계란이 뭐지?’란 궁금증이 들긴 했지만 남의 일인 줄 알았다. 정부에서도 문제의 네덜란드산 계란은 수입되지 않았고, 가공식품은 괜찮다고 밝혔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웠다.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이 터진 뒤인 지난 10일 국내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이 드러났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주요 원인으로는 A4 용지보다 좁은 공간에 산란계를 가둬놓고 알을 낳게하는 밀집 사육환경이 꼽힌다.

 닭은 진드기 등 몸에서 기생하는 해충을 털어내기 위해 흙에 몸을 비비는 ‘흙 목욕’을 하며 진드기와 벼룩을 없앤다. 그러나 케이지에 갇힌 산란계는 홀로 진드기 등을 없애기 어렵고, 때문에 농가에서는 해충을 죽이기 위한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를 사용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남양주의 농장 측도 "옆 농가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유통계란 농약 관리방안 토론회’를 열고 진드기 감염 실태 조사 및 사용 살충제 실태 조사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닭에다 직접 뿌리는 살충제’와 관련해 계란 오염 여부를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인재(人災)라 부를 만하다. 만일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도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계란을 먹고 있을 지도 모른다. 비단 계란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제적 대응이 없다면 제2, 제3의 파동은 다른 먹거리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정부가 밀집 사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란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제라도 정부가 사육 시스템 개선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박광섭 기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