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장생마을의 숨은 자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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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군 농협구례교육원 부원장

십장생을 주제로 마을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다. 전북 정읍시 산내면 능교리 십장생마을이다. 이곳에 가면 해와 달, 산과 내, 거북과 학, 사슴, 소나무, 영지버섯 등 십장생을 모두 볼 수 있다. 또 매화, 감잎, 연잎, 구절초, 녹차 등을 한꺼번에 마실 수 있는 보기 드문 마을이다. 마을 뒤로는 운주산과 감투봉이 있다. 산 아래 좌우로 논과 밭이 있으며 그 사이로 냇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산촌마을이다.

십장생마을 주민 중 천주교 신자가 대부분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이곳으로 피신한 천주교도가 정착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1999년 옥정호가 상수원보호구역 마을로 지정된 후 가축 기르는 것을 포기하고 시의 권유로 농촌관광을 시작했다고 한다.

십장생마을의 숨은 자원은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십장생과 차, 옥정호, 선비체험관 등이다. 옥정호에는 해마다 가창오리, 큰기러기 등 철새가 날아오며 주변에 희귀동식물과 곤충, 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 또 주변의 하천과 계곡에는 수달이 살고 있으며 버들치, 가재, 각시붕어, 돌고기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해 도시 어린이 생태학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운주산 감투봉에 오르면 옥정호와 내장산, 넓은 들녘을 볼 수 있다. 멀리 지리산 줄기와 서해바다도 눈에 포착된다. 운주산에는 불로초의 상징인 영지버섯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이 마을에서는 신년 해맞이 행사를 벌이고 있다.

#.대장금 탄생지 마을로 인기

정읍시 향토사학자에 따르면 십장생마을에 대해 대장금의 탄생지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대장금은 정읍시 산내면 너디마을에 있는 장금산 성황당 무녀였으며, 그 이름을 따서 장금댁 같은 이름으로 불러졌고, 중종의 희빈 홍씨의 시녀였다고 전한다.

대장금이 살았던 정읍시 산내면 너디는 누평현 또는 돌평현 이라는 고려시대 고을 이름 이였다고 하며, 너디는 노디, 노들, 노돌, 이름으로 불리어졌으며, 강물의 징검다리를 상징한다. 바위돌은 거북 또는 자라로 물을 숭배하는 신앙체로 신봉하고 기도 했다. 너디마을은 태초부터 강변에 대대로 장금산에 서낭당을 짓고 종교산신을 성황신으로 모셨다.

신라나 고려시대 귀족이 권력을 잃으면 내려와 사병을 양성하고 피신하는 요새지기도 했다. 고려왕비나 후궁 등 귀족 학식과 기예를 겸한 인물과 어의, 의술, 불경서적의 출판인쇄도 여기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더불어 갑오동학군 김개남장군과 전봉준이 다시 재결합 모이기로 한 장소도 너디마을 이였다고 한다.

십장생마을은 대장금의 탄생지답게 예부터 다섯가지 차를 마시고 있는데 농촌관광의 덕으로 도시민에게 마을의 5대차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차 중에 녹차, 연잎차, 매화차의 운치가 특히 뛰어나다. 이곳은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듯이 우리나라 녹차의 북방한계다. 연평균 기온이 15도인 십장생마을에서 생산되는 차는 매우 고소하며 은은한 향이 감미롭다. 완전 야생녹차로 농약을 주지 않고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연잎차와 매화차도 연꽃향과 매화향이 강하고 맛이 달아 텁텁한 맛이 적다. 구절초는 구절재 주변에 자생하는데 구절초축제를 벌인 덕분에 해마다 도시민 방문이 증가하면서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를 훌쩍 넘겼다는 평가다.

십장생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선비문화체험관 우리누리가 있다. 폐교를 개조해 전통음식과 차, 한자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음식이 정갈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지역의 토속한식을 맛볼 수 있으며 후식으로 나오는 약과와 한과도 별미다. 십장생마을의 비밀이 알려지면서 도시민 방문이 매년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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