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계양구 다남동에 거주하는 장모(68·여)씨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20분가량 되는 배차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야 한다. 장 씨가 거주하는 곳에는 거래하는 은행이 없기 때문이다.

장 씨는 "세금도 내고 돈도 찾아야 하는데 거래하는 은행이 너무 멀다"며 "몸이 아파도 은행 일을 처리하려면 버스 타고 번화가까지 나갈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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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우제성 인턴기자 wjs@kihoilbo.co.kr
인천지역 은행 대부분이 시내 번화가에 밀집해 구도심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 수요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지역에 일반 영업점은 물론 자산관리 복합점포와 PB센터 등을 개설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천시내 6개 시중 은행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 일반 영업점과 출장소를 합쳐 총 268개다. 인천지역 군·구별 영업점과 출장소의 분포도 편차가 컸다.

A은행은 인천시청과 교육청 등 주요 행정기관 인근과 청라국제도시 주변으로 영업점이 밀집해있다. B은행은 부평구 번화가와 연수구의 아파트 단지, 송도국제도시 인근에 많은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시중 은행들이 유동인구가 많고 금융 수요가 활발한 곳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개설하면서 구도심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금융약자로 전락하고 있다.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ATM기가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주거래 은행이 아닌 이상 입·출금만으로도 만만찮은 수수료가 붙는다. 세금 납부와 대출, 계좌 개설 등의 중요한 업무는 반드시 영업점을 찾아야 해 교통약자나 구도심 주민들의 부담은 커진다.

인천시 부평구의 A은행 지점에서 만난 한 노인은 집 인근에 거래은행이 없어 2㎞ 이상을 걸어서 A은행을 찾았다.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그는 "일신동에 사는데 그곳엔 거래하는 A은행이 없어 여기까지 걸어왔다"며 "다른 은행이 있어도 거래은행을 바꾸기도 쉽지 않고 수수료가 800원씩 하는데 그걸 아끼려고 걸어왔다"고 말했다. 거래외 은행에서의 현금 출금 수수료가 이자 수익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구도심 금융약자들은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이익 중 기업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며 "가장 발달한 지역에 점포가 있어야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이고 이익을 남기기 쉽다"고 이익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별 경제 규모와 금융거래 실적 등을 파악해 은행이 이유 없이 지역을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일부 은행에서 시행 중인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은행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제성 인턴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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