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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
관점에 따라 인천의 정체성이 다를 수 있겠으나 필자는 평소 해양국제도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믿는다. 이런 정체성 확립에 시민들이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천시 행정 중심에 바다가 없는 까닭이다. 여기에 항만 해운 관련 단체들의 낮에는 인천, 밤에는 서울 행태와 시민들의 의식부족도 적잖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다. 인천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직장을 갖고 세금을 내는 시민의 입장에선 인천이 서울의 위성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그 단적인 예는 인천의 땅값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계양·부평·남동·연수·남구를 거쳐 바다에 인접한 중·동구가 가장 싸다. 서울의 경우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한강이 보이면 수천만 원 내지 1억∼2억 원이 비싸다. 인천이 해양국제도시라면 당연히 중·동·연수·남구 등지 바다 냄새가 나는 이들 지역이 최소한 같은 지가는 돼야 하는 것 아닌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인천비평을 쓴소리로 받지 말고 달게 받아야 한다. 비판도 있겠지만 인천의 해양 인식 수준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인천항발전협의회는 말 그대로 인천항 발전을 위한 관련 단체와 기업들의 모임이다. 회장은 상공회의소 못지 않은 영향력과 힘이 있는 분이 맡아 중앙과 시를 넘나들며 일하는 자리다. 자연히 힘 있는 선사나 항만 관련 업체가 맡아야 한다. 불행히도 이기상 회장 사임 후 도선사가 7∼8년간 맡고 있다. 인천항은 정부 지원을 받는 무역항이다. 전문성이나 열정이야 뒤지지 않겠지만 중앙정부와 관계를 통해 지역현안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중요성 감안할 때 해운 항만업계 비난을 안할 수 없다. 더구나 발전협의회는 인천시민의 목소리조차 하나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단체는 경륜도 능력도 없는 회장을 만들어 경력 관리해 주고 있다.

 둘째, 바다에 대한 부산의 관심은 인천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지역 정치권이나 부산시 모든 정책에 바다, 해양, 해운, 항만이 우선이다. 부산시민 누구나 바다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필자가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 대표로 18, 19대 활동할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부산 출신 김형오, 정의화 의원을 비롯해 4∼5명이 초·재선의원이 대표로 있는 포럼 회원으로 활동했다. 인천은 불과 1∼2명만이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였다.

 더 심한 예는 3선 의원 출신의 모 시장을 취임 후 항만 행사장에서 만났던 일이다. 연안부두 횟집은 몇 번 왔지만 항내는 처음이라는 얘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을 보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10년을 인천 국회의원으로 일한 시장이 어떻게 인천경제 30%를 창출하는 항만에 관심이 없었을까. 김 장관의 발언을 비난 전에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셋째, 얼마 전 모 기업체 회장이 호소한 이야기가 기가 막힌다. 그런데 제2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하는 국내 유수 건설업체가 비용과다를 이유로 마리나 시설 일부를 고가도로의 제방으로 쓰겠다는 변경 신청을 국토부와 인천시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해양 레포츠의 꽃은 마리나인데, 제방으로 막으면 요트가 어떻게 바다로 나갈 수 있는가.

 필자는 내항재개발 관련 법규에 2015년으로 못 박고 관련 33만여㎡의 부지에 친수공간과 도로 등 50%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주민들의 소득 향상사업 내지 해양박물관·수족관 등을 국비 내지 민자로 추진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허나 시와 지자체가 이 지역에 고층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정책토론회를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과연 이들이 인천사람인지?

 넷째, 인천대교를 건설하면서 유사시 대비 소월미도의 해군 인천방어사령부와 해경기지는 이전토록 돼 있다. 그런데 아직도 그 계획조차 확정돼 있지 않다. 그 많은 시민단체 성명 한번 본적이 없다. 안보불감증은 좋은데, 인천항이 동결되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다섯째, 인천시가 언론과 경제단체들의 요구를 받아 항만, 공항, 물류국을 약 10여 년 전부터 운영했다. 전문성도 없는 직원도 문제지만, 국장의 재임기간이 평균 6개월도 안 돼 인사를 하니 무슨 업무가 되겠는가.

 이 나라 바다, 해운 모든 게 다 부산이 가져야 한다는 부산시민의 지나친 과욕도 문제지만 인천시의 해양 무지와 성의 없는 정책, 나아가 시민의 해양 정신 빈약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제2의 도시로 부산과 경쟁해야 한다면 해양국제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희망이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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