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년들의 살길 찾기가 녹록지 않다. 지역에서 성장하고 졸업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난다. 어렵게 펼친 창업의 꿈도 1년을 버티지 못해 실망으로 바뀌기 일쑤다. 쏟아져 나오는 청년 일자리 지원정책들은 일시적이고 단기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본보는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인천 청년의 현실과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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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인천의 한 대학교 앞 커피전문점에서 학생들이 모여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인천대학교를 졸업한 김모(28·연수구) 씨는 지난달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IT계열 회사에 영업직으로 취직했다. 졸업 후 1년 동안 지역 내 구직에 실패하자 결정한 차선책이다. 애초 김씨는 집과 가까운 송도나 남동인더스파크 기업에 원서를 넣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지역 내에도 처우가 좋고 비전 있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한 번도 서류전형의 산을 넘지 못했다. 희망하는 계열 회사가 제한된 데다, 채용 인원이 소수였기 때문이다.

김 씨 주변 친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역 내 회사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비슷한 업종을 찾아 타 지역으로 나가고 있다.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구직자들이 지역 중소기업을 무작정 기피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오히려 청년들은 지역에서 취업하기가 더 힘들다며 울상이다.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6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서 나타난다. 청년의 68.9%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 조사에서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는 안정적 회사(31%)다. 그 다음으로 적성에 맞는 회사(25.6%), 급여가 높은 회사(18.3%) 순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 5월 단 하루 동안 진행된 채용행사에는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몰렸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인천시 등이 주최한 ‘2017 인천 청년채용박람회’에는 2천500명이 서류를 접수하고 1천676명이 면접을 봤다. 하지만 청년들이 갈 만한 중소기업은 서류 관문을 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채용도 자주 하지 않을 뿐더러 구인 인원도 소수다.

올해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70개 지역 업체의 구인 수요는 629명이었지만 최종 선발한 인력은 143명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이 명시하는 채용 인원에 허수가 많다는 것이 지역 일자리 지원 담당자의 설명이다. 기업들은 초기 교육이 필요한 청년인력보다는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원하기 때문이다.

19일 기준 고용노동부 구인·구직사이트 워크넷에 올라온 인천 지역 강소기업·청년친화강소기업 구인공고 614건 중 신입 공고는 20%에 못 미치는 120건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도 임금, 근로 여건 등을 따지다 보면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힌다.

이렇다 보니 구인 인원이 채용 인원보다 많은데도 인력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인천 지역 구인 인원은 3만2천64명, 채용 인원은 2만8천895명으로 3천여 명의 미충원 인원이 발생했다. 그러나 기업 수요에 미치지 못한 부족 인원은 1만2천767명으로 오히려 2.4%의 부족률을 보였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인근 경기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지역 대학 졸업자 중 61.8%가 서울과 경기도로 빠져나갔다. 2015년 인천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인천 지역 노동시장 특성의 이해’에 따르면 노동력 지역 이동의 80% 이상이 경기도 내에서 발생했다. 구직 업종은 제조업, 서비스업 또는 전문직, 사무직, 관리직으로 인천 지역 산업과 유사성이 높은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동일한 산업구조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떠나는 것이 지역 이탈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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