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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 교수
지난 8월 17일은 문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우려한 대로였다.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 첫 문장은 "병자(兵者), 국지대사(國之大事), 사생지지(死生之地), 존망지도(存亡之道), 불가불찰야(不可不察也)" 라고 하여 ‘국방이라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일이고, 국민이 살고 죽는 일이며, 나라의 흥망이 걸린 길이므로, 잘 살피지 않을 수 없다’고 그 업무의 중차대함을 강조하였다. 한마디로 국방에 관한 일이 국가의 일중에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손자병법에는 "병자(兵者), 궤도야(詭道也)" 즉, ‘국방은 적을 철저히 속이는 것이다’라고 가르침을 주고 있는데 하물며 적에게 문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전쟁할 의사가 없다"는 오판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하여 김정은의 자만심만 키워준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를 만들었다. 문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 과연 이런 자신감이 무엇을 근거로, 어떤 정보자료를 분석한 결과인지 재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문대통령은 이 답변에 앞서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공식표준어 ‘6ㆍ25전쟁’을 영어권 용어인 ‘한국전쟁(Korean War)’이라고 사용한 것은 한국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용어선택이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1973년 제정한〈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서 6·25사변일(六二五事變日)을 공식 명칭으로 써왔으나, 2014년 3월 24일 개정하여 ‘6·25전쟁일’이라고 규정하였다. 현행 국사교과서에도 ‘6·25전쟁’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한국전쟁’보다 ‘6·25전쟁’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고나 사용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상식적으로 ‘한국전쟁’의 의미는 한국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전쟁이 아니겠는가? ‘6ㆍ25전쟁’이라고 사용해야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1950년도 전쟁임을 명확하게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쓰는데, 가소로운 것은 1949년 6월 한반도에서 미군이 전격 철수한 상태로서 그들이 억지를 쓰는 미군의 존재는 없었다. 그럼에도 ‘조국해방전쟁’이라는 용어를 써서 허울좋은 남침명분의 전쟁범죄를 왜곡하고 있다.

이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우리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라는 말에 이어서 "전쟁은 없다. 국민께서 안심하고 믿으시기 바란다"라고 낙관적 발언도 했는데 이것은 한 마디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를 모를 만큼 황당무계(荒唐無稽)하기도 하다.

동서고금의 모든 전쟁은 적의 기습으로 시작이 되는 것이다. 전쟁은 상대방의 사정을 봐주며 하고 안하는 송양지인(宋讓之仁)이 아니고, 다른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의 연속으로써 무자비한 폭력행위인 것이다. 6ㆍ25전쟁에서 북한군의 기습공격을 당해 3일 만에 수도서울이 함락당했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할 때마다 시간과 장소를 변경해가며 기습적으로 감행하는 것을 모르는가? 언제 북한이 대한민국의 동의를 받아서 군사행동을 하겠다고 했는가? 대한민국이 전쟁은 없다고 하면 북한도 전쟁이 없다고 했다는 것인가? 국민이 정말 믿어도 되는가?

마치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대한민국 대통령결재사항’으로 주장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난감하다. 핵과 미사일로 중무장한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이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안보의 현실이다. 그래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안보식견은 중요한 국가운명을 좌우하는 통치철학인데 문대통령의 낙관론적 안보식견은 상식적으로 우려스럽다.

과거에도 문대통령은 군사용어사용에서 얕은 지식수준을 노출했는데 2016년 6월 24일 히말라야 외유때 "우리군의 작전권(作戰權)이 계속 미군에게 넘어가 있는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작전권을 미군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미연합시스템의 안보관계를 비판했었다. 여기서 ‘작전권’은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를 의미하는 용어인데 현 한미연합방위체제하에서는 문제가 된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이라고 정확한 표현을 했어야 맞는 것이었다. ‘작전통제권(OPCON: Operational Control)’은 1994년 12월 1일부로 한국군에게 전환된 ‘정전시(평시)작전권(Armistice Operational Control)’과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으로 구분된다는 것은 상식선이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안보분야의 국익과 관계되는 예민한 용어는 반드시 전문가참모들과 심사숙고하여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끝으로 6ㆍ25전쟁 정전회담 유엔군측 대표였던 조이(Joy) 제독은 그의 저서<공산주의자들의 협상기법>에서 몇 가지 충고를 남겼다. 그중에 하나가 ‘공산주의자들과 협상하다고 해서 우리측이 무력사용을 포기한다고 믿게 해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오늘날 새삼스러운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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