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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일 인천항만연수원 교수
사람은 꿈의 크기만큼 성장한다고 한다. 생각의 눈높이, 사유의 수준에 따라서 세상과 교감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이 점에서 인천의 해사법원 유치 사업은 새로운 변곡점을 찾아야 한다.

 1942년 세계2차대전으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폐허가 됐다. 그후 50년대 후반부터 약 20년에 걸쳐 전쟁폐허 복구작업이 추진돼 로테르담은 독특하고 창의적인 건축의 도시이자 세계적인 항만도시로 재탄생됐다.

 인구 60만에 불과한 이 도시가 한 해 4억8천만t의 화물을 처리하고 부산항의 2.5배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카카오나 자전거 부품을 생산하지 않지만 세계 최대의 카카오 수출국이자 유럽 최대의 자전거 생산국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유럽 최대의 석유단지 기능을 하고 있는 로테르담의 활약상은 경이롭다.

 부산시의 경우 20년 전부터 해양수도를 캐치프레이즈로 해양산업클러스트법 제정을 추진하고,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선도적 법안 발의와 함께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1883년 개항된 인천은 인구 4천900명의 자그마한 포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0만 명이 넘는 세계적인 도시이자 한해 총화물량 1억6천만t, 항만의 경제적 파급효과 33.8%에 달하는 도시로 발전했다.

 그런데도 항만에 대한 애정이나 자긍심을 갖은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역과 항만의 성장 궤적이 스토리와 함께 종합적으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변화의 속도와 폭이 매우 큰 시기이다. 그래서 세상의 관심을 끌 만한 창조적 통 큰 사고로 정책을 생산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견인할 수 있고, 항만정책의 추동력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인천은 지금껏 로테르담 같은 항만도시의 발전된 모습과 정책을 모방하거나 뒤따라가는 경향이 많았다. 큰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창의적 수준의 이슈나 그 어떤 가시적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점이 인천항 발전과 미래를 위한 변곡점이 필요한 이유이다.

 해사법원의 설립은 인천항의 비전과 인천시 미래를 위한 설계와 연계돼 있다. 인천공항과 항만, KTX, GTX를 통한 해륙공 운송의 결절점 인천은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한 인천역을 종착지로 하는 유라시아 익스프레스의 완성도 머지않은 장래에 현실화될 것이고, 또 그렇게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이때 인천의 해사법원은 해주, 남포항, 중국과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남북통일시대의 국제 해사분쟁을 조율하는 마중물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인천은 KTX, GTX 추진사업이 완료되면 서울까지 15분, 서울을 포괄하는 해양클러스터의 역동적인 중심지로 위상지어지게 된다. 정치경제적 파급효과와 국가 미래를 생각할 때 부산과 비교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장래를 생각하고 후손에게 어떤 자산을 물려 줄 것인가를 깊게 생각할 때이다. 지역적 이해에 머무르는 지엽적인 사고의 틀을 넘어 독특하고 창의적 발상으로 항만도시의 파이를 키우자는 김영춘 장관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인천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새로운 수준의 항만도시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제 해사법원의 인천 설립은 접근성과 편의성, 경제성에 한정된 시야를 넘어서야 한다. 국제관계의 변화구도 속에 한반도의 위상과 역할, 국가장래를 위한 인천의 역할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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