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극한 대립 속에 진행된 ‘제404차 민방공 대피훈련’이 보여 주기 식의 연례행사로 끝났다.

시민들의 비협조와 관 주도 행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안보불감증의 단면을 그대로 노출한 채 아무런 긴장감 없이 형식적인 행사로 마무리됐다.

▲ 전국적으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인천시 계양구청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훈련통제요원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동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전국적으로 민방공 대피훈련이 실시된 23일 인천시 계양구청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훈련통제요원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동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2017 을지연습과 연계한 민방공 대피훈련이 23일 오후 2시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인천 지역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훈련이 진행됐다.

을지연습 3일 차에 시행된 전국 민방공 대피훈련은 공습상황에 대비한 대피 방법 등 국민 행동 요령 교육 등으로 비상시 국민 안전 태세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약 3분 동안 사이렌과 음성방송을 통해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공무원과 훈련 관계자들은 차량의 이동을 전면 통제하고, 보행 중인 시민들을 가까운 지하대피소나 지하도 등으로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계양구청사거리에서 진행된 훈련은 시민이나 공무원들에게 그저 가상상황에 불과했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지만 공무원들은 자동차와 시민을 통제만 할 뿐 비상상황에 대비한 지하대피소 유도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 일부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시민 통제를 포기하고 공습경보가 끝나길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행정기관 청사 안의 민원인들도 공습경보 발령 시 공무원과 관계 기관의 안내를 받아 대피소나 지하시설로 피신해야 하지만 청사 로비에 우르르 모여 훈련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시민들의 안보불감증도 여전했다. 통제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차를 몰고 그대로 주행하거나 대피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가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화물차 운전자 A(46)씨는 "어차피 매년 형식적으로 하는 훈련 아니냐"며 "전쟁 난 것도 아니고 생업이 바쁜데 이렇게 차를 막아서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계양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B(20·여)씨는 "오늘이 민방공 대피훈련인지 몰랐다"며 "다들 신경 안 쓰고 가는 것 같은데 굳이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냐"고 되물었다.

무엇보다 실제 상황 발생 시 가장 인명피해가 많은 주거지역에서는 거주민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었다.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에 있던 주민들은 대피훈련은커녕 멀리서 사이렌 울리는 소리만 듣고 있어야 했다.

이에 대해 일선 구청 민방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비상훈련인 을지연습과 민방공 대피훈련이 겹쳐 민방공 훈련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며 "민방공 훈련에 대한 홍보활동을 시행하고, 보다 실제 상황에 맞는 훈련 내용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우제성 인턴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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