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실내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자농구 박신자컵 서머리그에는 오랜만에 코트에 복귀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구리 KDB생명의 포워드 구슬(24·사진)도 그중 한 명이다.

사연은 다르다. 부상 치료나 재활로 코트를 떠났던 것이 아니라 ‘농구가 싫어져서’ 유니폼을 벗어 던졌기 때문이다. 짧은 방황을 끝에 코트로 돌아온 구슬은 22일 경기 후 "프로 데뷔전보다도 더 긴장됐다. 어떻게 게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2013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4순위로 KDB생명으로 간 구슬에게는 ‘유망주’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프로 데뷔 후에도 기량을 인정받아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아갈 무렵 2015-2016 시즌을 마치고 돌연 은퇴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빵 얻어먹으려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이 재밌어서" 시작한 농구였고, 고등학교 때까지도 재밌게 농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생활 경험도 없던 갓 스물의 구슬이 갑작스럽게 마주한 냉혹한 프로의 세계는 농구에서 느끼던 재미를 단숨에 앗아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코트를 떠나 못 만난 친구도 만나고 실컷 놀고 카페 아르바이트도 했다. ‘방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나갈 때는 농구를 아예 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나갔어요. 근데 알고 보니 제가 농구를 좋아하더라고요. 예전에 뛰었을 때 생각도 나고, 막 하고 싶어지고, 많이 그리웠어요."

올해 초 반년 만에 돌아온 구슬을 KDB생명은 그대로 받아줬지만 남은 시즌 내내 구슬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몇 개월간 훈련을 전혀 하지 않은 몸 상태도 문제였지만, 간절함을 느끼게 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구슬은 21일 첫 경기에서 16득점 10리바운드, 22일엔 14득점 9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끌고도 만족하지 못했다. 안 좋은 행동에 대한 팬들의 질책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구슬은 "이번 시즌에 기회를 주신다면 팀에서 가르쳐주신 대로 최선을 다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