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위기 청소년들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자각과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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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아이클릭아트
23일 경기도교육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5월 현재까지 경기도내 자살한 학생 94명 가운데 자살 당시 메신저나 문자, 메모 등 기록물을 남긴 경우는 31건(33%)으로 파악됐다. 2014∼2015년 보고된 자살 암시 사례는 5건이 있었으며, 지난해에는 8건이나 자살 전 경고신호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대체적으로 부모나 친구들에게 자살,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한다는 내용이다.

자살 암시는 자살 시도를 했었던 학생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지난해와 올해 5월까지 자살 시도를 했던 학생 129명 중 55명이 자살 시도 발생 전 경고신호를 보냈거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감정 상태의 변화가 2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무기력, 대인 기피, 흥미 상실 등이 22건이었다. 언어적으로도 자살에 대한 말이나 자기비하적인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 학생 중 51명은 이전에 자해 시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자살 학생이나 자살 시도 학생 상당수가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자살 징후를 보여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려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학교나 지역사회기관과 연락을 끊기도 한다.

도내 고교 교육복지사 A씨는 "한번은 어떤 학생이 손목을 30번 그어 흉터가 난 것을 보고 부모에게 연락했는데, 부모가 ‘그 애는 원래 그렇다’고 하면서 만남을 피하기도 했다"며 "사실상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상담·치료가 가능한데 학생의 위기상황을 막아야 함과 동시에 부모와 접촉을 시도해야 하는 이중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급 학교에서도 위기학생들을 위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중학교 전문상담교사 B씨는 "대부분의 교사나 학생들이 이 위원회를 잘 모르고 있으며, 자살 후속 처리 기구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또 상시 기구로 자리잡지 못해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학교 현장에서 실시되는 생명살림 교육이나 자살 예방 연수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거나 유인물로 대체하는 등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각 가정이나 학교에서 청소년 자살 및 후속 대응 정책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도교육연구원 관계자는 "학부모 동의가 없어도 상담과 심리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며 "또 각급 학교의 위기관리위원회 상시 시스템 구축 등 역할 확대도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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